[열린마당]악플러 검찰기소 처분의 의미

[열린마당]악플러 검찰기소 처분의 의미

지난달 26일 검찰은 처음으로 임수경씨 아들의 죽음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게재한 14명에 대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모 인터넷기업 사장은 검찰의 최초 기소 방침이 발표된 이후 댓글 사이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라고 했다. 처벌의 효과가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비록 검찰의 약식기소로 마무리됐지만, 사이버폭력의 원인과 처방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사이버폭력의 원인과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시의 적절한 처벌이 중요하다. 인터넷 이용자수가 이미 30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명예훼손 관련 피해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처벌을 위한 법 기준도 기존의 형법 307조의 명예훼손죄와 함께 2002년도부터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제61조)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강화됐다. 그러나 이용자 수의 폭발적 증가와 법적 기반 하에서도 사이버 수사인력의 증가는 미미한 게 사실이다. 그만큼 시의 적절한 처벌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검찰의 기소는 매우 시의 적절했다고 본다.

 사이버공간이라 할지라도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기업조차 매출액의 5∼10%를 자율정화 활동에 투자하고 있지만, 하루 수천건에 달하는 표현물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삭제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어 적절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에서는 사이버 수사역량을 더욱 확보해 이용자의 인권피해는 방지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해 주기를 바란다.

 둘째, 실명제(본인확인) 등 제도개선보다는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임씨에게 악플을 달았던 모 지방대학 교수는 “뭘 그런 걸로 서울까지 가서 조사를 받느냐”며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신의 단순 표현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느지에 대한 인식부재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YMCA가 조사한 연령별 사이버폭력의 경험치 조사결과를 보면 10대가 32%로 가장 높았고, 30대 이상은 5%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해자 14명 중에서 70%가 40세를 넘긴 중년이었고 직업도 대학교수나 금융기관 중견 간부였다.

 물론 임씨의 경우는 386세대에 관심이 높은 인물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이버폭력의 가해자는 이용률이 높은 10대 젊은층일 가능성이 높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연령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전반적인 문제가 돼 버렸다.

 또 임씨의 악성리플 사건 또한 개똥녀 사건과 동일하게 실명제(본인확인)가 이뤄지는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부분의 사이트는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YMCA의 조사결과에서도 실명확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가 87.0%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추적이 가능한 실명공간임을 알면서도 사이버폭력을 자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이버폭력의 원인은 ‘익명성’이 아니라 ‘인식부재’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익명성’을 전제로 획일적으로 인터넷실명제(본인학인)의 법제화를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실명제만이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해주고 있지 않은가. 안타까운 일이다.

 실명공간과 익명공간이 합법적으로 존재함으로써 인터넷의 순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안전한 인터넷의 해법은 불법 행위에 대한 비차별적 처벌의 강화와 교육의 확대 측면에서 숙고돼야 할 것이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hur@kinterne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