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스크린쿼터와 디지털시네마

[문화콘텐츠포럼]스크린쿼터와 디지털시네마

 요즘 국내 영화계 최대 관심사는 스크린쿼터 축소 논쟁이다. 한쪽에서는 영화 시장도 개방해 세계적인 무역 자유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에 상영관을 통째로 내주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국내 영화 산업의 명운이 스크린쿼터 축소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는 것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디지털 시네마의 도입과 그 방법을 하루빨리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오는 것도 이것 못지않은 매우 시급한 문제다.

 디지털 시네마가 단순하게 필름에 담긴 영화 장면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이해한다면 미래의 융합된 통신·방송·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대표할 디지털 시네마의 역할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시네마의 본질적인 기대효과를 요약하면 △필름이 없어지고 실시간 편집·교정이 가능한 촬영 현장 △필름 스캐너와 텔레시네가 필요 없는 후반작업 △한 번의 클릭으로 위성·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전 세계 상영관 서버로 직접 전송되는 배급 과정 △인증된 사용자 외에는 어떤 환경에서도 재생이 불가능한 관리 △TV·DVD·DMB·와이브로 등이 융합된 환경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는 규격 변환 등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가 디지털 시네마의 국내 도입에 애정 어린 우려와 충고를 하고 있다. 카메라·서버·프로젝터 등 핵심 장비나 기술 중 어느 것도 온전히 국산화됐거나 대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없으며 상영관들이 산발적으로 도입하는 서버와 프로젝터도 사양이 통일되지 않았다. 즉 디지털 시네마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외국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우리 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같은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모든 잠재능력을 결집해서 현 상황을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강점을 가졌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에서 광대역 무선통신을 거쳐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이어지는 정보통신 인프라 △한류로 대표되는 우수한 콘텐츠 제작 능력 △영화 한 편에 1000만명 이상 관객이 동원되는 국가 전체 규모의 테스트베드 △MPEG 및 H.26x 등 동영상 국제표준화와 관련한 노하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디스플레이·디지털TV 기술 등이 그것이다.

 명심할 것은 디지털 시네마 기술이 디지털 콘텐츠 중에서도 최첨단이며 공학 등 각 분야의 연계기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면 품질을 결정할 영상압축 기술과 디지털 콘텐츠의 비정상적 유통을 차단할 보안기술, 상영에 필요한 서버관련기술 등이 디지털 시네마의 핵심기반기술에 속한다. 이러한 핵심기반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디지털 시네마 사업의 선도적 추진은 불가능하다. 또 이 기술의 규격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므로 미국·유럽·일본 등 다른 나라의 기술을 무시한 채 독립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이들 기술에 대한 다른 나라의 표준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동시에 표준화의 각 핵심단계에서 우리의 독자적 기술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와 호환할 수 있는 표준안을 만들되 핵심단계에서 우리나라 독자 기술이 더욱 많이 표준기술로 채택될 수 있도록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디지털 시네마 표준을 검토 분석하며 실험 영화를 제작하고 HD 영화 제작을 지원하며 정기적으로 디지털 시네마 시사회를 개최, 관련 장비의 개발 동향을 파악하는 등 기반을 마련해 왔다. 우려되는 디지털 시네마 표준과 관련해서도 이미 국내 MPEG 및 JPEG 포럼을 통해서 필요한 핵심기술들의 지원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올해 초에는 문화관광부에서 1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현재 진행중인 노력을 결집하기로 했다. 게다가 한 국내 기간통신사업자가 상영관의 서버와 프로젝터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발표됐다.

 우리 강점을 대표하는 분야 전문가와 영화인이 힘을 합치고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경쟁국가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 5년 내에 디지털 시네마를 바탕으로 디지털 한류를 통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뒤흔들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준기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장 paikj@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