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중입니다.’
기업 사장실에 전화하면 비서실 직원이 늘상 하는 소리다. ‘출장중’이라는 말은 대부분 해외 출장을 일컫는다. 국내 지역을 오가는 것은 출장이 아니라 일상업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지방출장’이라는 말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CEO나 대기업 사장들의 해외출장은 잦다. 대부분의 사장은 100만 마일리지를 훌쩍 넘는다. 그것도 국내 특정 항공사에 한해서다. 이것저것 합산하면 200만∼300만 마일리지 수준이다. 일부 CEO는 항공사 조종사보다 비행기를 많이 탄다. 해외출장이 잦다보니 여권도 자주 바꾼다. 스탬프 찍을 곳이 없어서 1∼2년 사이에 여권을 바꿔야 한다.
◇전용기에는 마일리지가 없다=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이건희 회장 귀국 과정에서 전용기를 사용한 것을 거론하자, 삼성전자 전용기 2대의 사용 연간 내용을 제시했다. 윤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용기는 나와 이기태 사장이 제일 많이 쓴다. 내가 열 번, 이기태 사장이 열 번, 나머지 사장이 몇 번 정도 사용한다”고 밝혔다. 전용기를 타는 이유는 이동 시간을 최소로 줄이고, 기내에서 회의를 하는 등 업무효율이 높다는 것. 그러나 전용기를 타고 가면 현지에서 만날 바이어가 이른바 ‘전용기 프리미엄’을 주는 경우도 있어 종종 이용한다. 권위주의적인 국가일 땐 더 심하다. 이외의 출장에는 전용기를 타기보다는 일반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한다.
윤 부회장은 연간 100일 정도를 해외출장으로 보내고 있다. 주로 유럽·동남아·중국·인도 등 해외법인 순방과 업무 점검이다. 이기태·황창규·최지성·이상완 사장 등은 100일에서 150여일을 해외에서 보낸다. 이들은 비행기를 탄 뒤에는 밀린 잠을 자거나 독서를 즐기기도 한다. 이기태 사장은 주로 숙면으로 피로를 풀고, 최지성·이상완 사장은 책을 읽는다. 전용기에서는 주로 임원들과 회의를 한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매달 한두 차례, 연간으로 치면 20회가량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해외 법인 순방 및 업무 점검이 목적이다. 올해에도 CES와 러시아 등을 방문했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김 부회장의 근무일수가 175일에 이를 만큼 그야말로 ‘노는 날’이 없다. 전체 업무일수의 20%가량이 해외 현장 방문이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거래처 미팅과 공식행사, 전략회의에 돌입하는 게 특징이다. 비행기 안에서 소일거리는 독서다. 이희국 사장은 한두 달에 1회 정도로 주로 미국과 일본을 방문한다. 100만 마일리지가 넘는 항공사도 2개가 넘는다.
박문화 사장은 현재 한 항공사에만 150만 마일의 누적 마일리지를 갖고 있다. 타 항공사 포함하면 200만 마일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15회가량 출장에 나선다. 1년에 30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셈이다. 이영하 사장도 출장 횟수는 월 1회 정도. LG전자 가전제품 생산법인이 있는 중국·북미·멕시코·유럽·아주 등 전세계가 출장지다. 기내에서는 평소 관심을 가졌던 책을 주로 읽으며, 읽고 난 책을 출장지 법인의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게 특징이다.
◇300일은 출장중=해외에 본사를 둔 CEO들의 출장은 더 잦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은 지난해 365일 중 280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재작년에도 무려 300일 정도를 일본·홍콩·상하이 등지에서 지냈다. 일본 본사 마케팅본부장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방 사장 누적 마일리지는 300만 마일이 넘는다. 일본과 한국을 매주 오가다 보니 여권에 출입국 스탬프 찍을 공간이 없어서 여권을 자주 갈아치우게 된다. 해외 입출국 횟수로만 따지면 단연 1등이다.
셋톱박스 업계 CEO들도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도 유럽과 중동, 미국 등지로 출장을 자주 다닌다. 지난해에는 회사 내실 경영에 힘쓰면서 출장을 줄였다. 출장을 최소화했지만 매달 한 번 정도 해외 바이어 미팅을 위해 비행길에 올랐다.
임화섭 가온미디어 사장도 연간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낸다. 1년에 주요 거래처 70개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국내 특정 항공사 마일리지만도 200만 마일리지를 넘는다. 그는 지금 두바이에 있다.
양덕준 레인콤 사장도 최근 출장을 늘리고 있다. 올 8월 국내 출시할 와이브로 단말기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해외 파트너들과 전략적 제휴를 늘리기 위해서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