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세계 최초를 지향한다’.
삼성전자에 가려 ‘두번째’에 만족했던 하이닉스반도체가 달라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어떤 경우에도 경쟁사와 비교해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회사 견해’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그러면서도 “사실 요즘 상용화를 전제로 한 D램 개발 및 양산 시기는 상위권 업체끼리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발표시기를 결정하기에 달린 것”이라는 말로 섭섭함을 감춰왔다.
그러던 하이닉스가 13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80나노 DDR2 D램 양산’을 공식 표명하자 곧바로 ‘세계 최초 80나노 DDR D램 인텔 인증 획득’이라는 발표로 맞대응했다. 삼성전자의 공식 발표가 있는 날, 하이닉스가 같은 제품으로 자료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0나노 D램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만이 상용화를 전제로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계 최초’의 의미를 희석시키기 싫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로 다른 ‘세계 최초’지만, 80나노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양산’을, 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PC업체인 인텔의 인증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는 사실을 어필하려고 한 것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일치한다.
하이닉스는 그래픽 D램 속도 경쟁에서도 삼성전자와 엎치락 뒤치락 세계 최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경쟁으로 비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따라서 이번 80나노 D램에서의 하이닉스 결정은 ‘자신감’의 반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256MS램 세계 최초 개발(95년)’ ‘세계 최초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SOI) 1G SD램 개발(97년)’ ‘그래픽용 세계 최고속(200㎒∼275㎒) DDR SD램 양산(2001년)’. 하이닉스는 현대전자시절 다양한 ‘세계 최초’ 기록을 보유했다. 하지만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사실상 삼성전자와의 공식적인 ‘세계 최초 경쟁’은 접다시피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다시 세계 최초를 지향하기 시작한 ‘하이닉스 반도체의 자신감’이 한국 메모리업계의 균형 발전에 신선한 토양이 되기를 기대한다.
디지털산업부=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