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 앞두고 가전업계 `GOAL머리`

`월드컵`단어 사용 등 모든 활동 FIFA서 통제

월드컵 마케팅 앞두고 가전업계 `GOAL머리`

최대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가전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FIFA가 전 세계에 월드컵 마케팅 감시를 전담하는 대행사를 선정, 월드컵 로고 및 이벤트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마케팅을 하다가는 FIFA 소송에 말려들 수 있다. 여기에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시간도 한밤중이어서 마땅한 마케팅 수단이 없다. 디지털 TV에서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있지만, 6월은 에어컨 판매 절정기여서 소비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과 청계천 지역을 독점, 마케팅에 나서던 SK텔레콤이 ‘백기’를 든 상황에서 월드컵 마케팅에 무리수를 두다가는 ‘지나친 상업성’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월드컵 이벤트 부재=“2002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월드컵 기간에 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응원전, 경기 관람권을 이용한 마케팅, 16강 진입에 따른 경품 제공 등에 FIFA가 놀랐습니다. 올해는 아예 대행사를 선정,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앰부시 마케팅(매복 마케팅)’을 제재하고 있습니다.” 손정환 삼성전자 국내영업본부 상무의 말이다.

FIFA는 비밀리에 월드컵 불법 마케팅을 감시하는 대행사를 선정, 월드컵과 관련한 모든 마케팅을 통제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월드컵’이라는 단어는 물론이고 ‘2006 독일’등도 위험수준이다. 경기결과 맞히기도 아슬아슬하다. 이런 단어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단어는 ‘축구, 응원, 대한민국 파이팅’ 정도다. 그래서 응원가를 만들어 월드컵 이미지를 내보려 하지만 이것도 경쟁이 만만찮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모두 ‘독일로 여행가자’는 수준의 마케팅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축구감독인 아드보카트와 히딩크를 동원해 파브 브랜드를 광고하고 있다. 2002년의 히딩크, 2006년의 아드보카트 감독을 통해 월드컵을 연상시킨다. ‘PAVV’에서 ‘VV’를 연이어 강조, 마치 ‘W’처럼 보이게 한다. ‘W’는 다름아닌 월드컵의 약자다. LG전자는 축구 선수 박지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박지성과 홍명보, 프랑스 국가대표팀 지단과 닮은 인물을 내세워 축구를 연상시킨다. 내세운 이벤트는 ‘박지성 응원전’이다. 월드컵 응원전이 아닌 박지성 개인 응원전이다. 대우일렉은 1월부터 4월 제품 구입고객 가운데 다달이 4명을 뽑아 ‘독일 여행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행운상에게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제공한다. 4월경부터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화제를 모았던 코미디언 이경규씨와 탤런트 조형기씨의 ‘이경규가 간다’ 형식의 광고를 준비중이다.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축구’와 ‘애국심’을 강조하지만, 월드컵을 직접 강조하지 않는다.

◇한밤·한여름의 이벤트=우리나라와 토고전이 열리는 시각은 밤 열시다. 끝나는 시간은 자정무렵이다. 그나마 이건 나은편이다. 프랑스전과 스위스전은 새벽 네시다. 업계에서는 이를 ‘6월의 악몽’으로 부른다. 밤중에 관중을 모아놓고 길거리 응원전을 한다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집단 민원도 예상된다. 월드컵 상징물이나 국가대표 상징물, 심지어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을 보여줄 수 없는 마당에 한밤에 열리는 월드컵은 그림의 떡이다.

고민은 또 있다. 6월이라는 계절적 특성이다. 6월은 바야흐로 에어컨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다. 소비자가 에어컨을 구입해야 할 비용으로 디지털 TV를 구입한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월드컵 기간에 TV에 올인해야 하는 가전업계로서는 계절적 특수를 노리는 에어컨 사업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6월부터 7월에 에어컨 판매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열리는 월드컵은 껄끄럽기만 하다. 월드컵이라는 집단적인 애국심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만 방법이 마땅찮다. 업계는 ‘응원’이라는 ‘국가적 광기’에 기업도 동참한다는 수준의 이미지 광고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한승헌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 상무는 “이번 월드컵 경기는 기업 쪽에서 보면 장애요인이 많다”며, “이벤트보다는 ‘어게인(Agian) 2002’ 등 축구와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