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생산기술연구원 디지털설계센터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 금속부품 분야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디지털설계센터 연구원들.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 금속부품 분야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디지털설계센터 연구원들.

“장인의 감각을 컴퓨터로 되살린다.”

 금속을 다뤄 부품을 만드는 주물 작업의 성패는 기술자의 손끝에 달려 있다. 어떤 소재들을 어떤 온도에서 가공할 것인지, 주물을 붓는 틀을 어떻게 설계하면 그 안에서 유체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이렇게 만든 부품은 물성에 문제가 없을지 등을 숙련된 장인은 예리한 감으로 파악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디지털설계센터는 바로 이런 장인의 노하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되살리는 곳이다. 여기서 전기전자·자동차 부품 등 전통적 굴뚝 산업과 첨단 IT 기술이 행복한 악수를 한다.

 디지털설계센터는 인천 송도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천연구센터 안에 자리잡고 있다. 한창 건물들이 올라서고 있는 송도 자유경제지역의 넓직한 도로를 달리자 낯익은 기업들의 R&D 센터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생기원 인천연구센터는 그 한가운데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디지털설계센터는 첨단 엔지니어링 설계기술 지원을 통해 부가가치 높은 금속 부품·소재를 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하기 위해 설치된 연구조직. 특히 주물 부품·소재 가공에 디지털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우수연구집단’(COE:Center of Excellence)으로 선정했을만큼 해당 분야의 탁월성을 입증받고 있다.

 센터에 들어서자 연구원들이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각종 자동차·전자 부품 제작을 위한 주물 설계도(방안이라고 부른다)를 짜고 있다. 연구원의 손놀림에 따라 화면 속 방안이 최적의 조건을 찾아 이리저리 바뀐다.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중소기업이 의뢰한 전자 부품 방안의 유동 및 응고 해석을 실시, 적절한 주조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디지털설계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정길 박사는 “용탕 충진 순서나 온도 변화, 응고 시간까지 눈으로 확인, 개발 기간을 줄이고 양산 단계에서 결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조 작업에 대한 공정 해석을 통해 제품의 응력과 변형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쪽에선 이렇게 마련된 설계를 바탕으로 곧바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신속조형기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특수 모래 위에 레이저 광선이 순식간에 설계도를 그려내며 납기에 쫓기는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사면이 납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산업용 단층촬영기는 국내 최고가 연구장비로 구입할 엄두를 낼 수 없는 중소기업들에 365일 개방하고 있다.

 디지털설계센터엔 1980년대 초반 매킨토시 컴퓨터 1대를 가지고 시뮬레이션 분야를 개척한 최정길 박사를 중심으로 금속·기계·수학·전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30명 가까이 모여 있다. 이미 500개 가까운 기업이 디지털설계센터의 지원으로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수출길을 열었다. 또 시뮬레이션을 통한 결과 예측을 뛰어넘어 생산공정 전체를 가상현실 속에 실시간으로 구현, 현장의 열적·물리적 현상을 완벽하게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정길 박사는 “핵심 금속 부품·소재를 얻기 위해서는 주물, 금형, 단조 및 압출,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에 이르기까지 생산기반 분야의 모든 기술이 두루 필요해 파급 가능한 산업의 시장규모만도 17조원을 헤아린다”며 “각종 모바일·디지털기기용 신소재 개발을 위해서도 금속 소재의 효율적 설계를 가능케 하는 시뮬레이션은 필수”라고 말했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하다는 금속 소재 산업에 대한 편견을 걷어낸 생기원 디지털설계센터의 시뮬레이션 기술이 세계를 무대로 선진국과 경쟁하는 국내 중소기업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