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나를 가다]1부-달리는 코끼리, 인도⑧이젠 니어소싱

지난 84년 인도에 글로벌 IT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연구개발센터를 설치한 TI로 가는 부근도로. 차량 진행방향이 공항로, 오른쪽이 자야푸르로다. 길거리 행상 소년이 팔고 있는 책은 절세법을 소개한 금융잡지였다.
지난 84년 인도에 글로벌 IT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연구개발센터를 설치한 TI로 가는 부근도로. 차량 진행방향이 공항로, 오른쪽이 자야푸르로다. 길거리 행상 소년이 팔고 있는 책은 절세법을 소개한 금융잡지였다.

지난 2월 2일자 인도 일간지 이코노믹타임스는 IBM이 내년 말까지 인도내 고용인력을 최고 12만명으로 늘린다고 보도했다. 비전2008이란 이 계획을 통해 IBM은 당초 계획을 2년 앞당겼다. 우수한 인력 확보를 통해 37% 성장이란 과실을 맛 본 빅블루의 결정이었다.

TI, 모토로라, IBM, 시스코, 오라클, MS, 인튜이트, ZTE, 애플, 샌디스크, HP, 델…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글로벌 IT기업만 200개가 진출해 있는 인도의 실리콘밸리 벵갈루루. 이곳에서 만난 인도 엔지니어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엔지니어가 날로 늘어나고 연봉은 2000년이래 해마다 20∼25% 정도의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세계 IT기업들은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2006년말 현재 이 도시에는 37만명의 엔지니어, 1700개가 넘는 IT회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금도 매주 4개의 새로운 IT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인도 IT기업들은 이제 넘치는 우수인력과 팽창하는 IT클러스터 파워를 배경으로 해외 고객 국가에 직접 진출해 서비스하는 니어소싱에까지 눈뜨고 있다.

◇인도IT파워의 원동력=지난 1월 30일 벵갈루루 시내 중심가에서 15분 정도 달려 도착한 말디바라 호수르 거리 53/1번지.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트럭, 오토바이, 릭샤, RV 그리고 디젤을 사용하는 승용차의 매연과 경적소리로 소란스런 온통 뒤덮인 도로변에 위치한 곳이다. 호수르거리는 인도 SW산업의 총지휘를 맡고 있는 STPI(Software Park of India)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벵갈루루에 10군데나 사무실을 둔 위프로 브랜치 가운데 한 곳인 이곳에서 인도엔지니어의 경쟁력과 아웃소싱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섭씨 20도 정도의 평범한 가을 날씨. 엘리베이터까지 갖춘 5층 빌딩 입구에서는 이곳 벵갈루루 어디에서나 그렇듯이 베레모를 쓴 청원경찰이 일일이 출입자를 체크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이곳에서 인도의 가장 유명한 IT기업에 몸담고 있는 쿠마린.P 지역 매니저. 10년이상 경력자인 그에게 인도SW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을 묻자 ‘고객서비스에 대해 잘 준비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는 자사직원을 단련시키고자 하는 CEO와 회사의 방침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위프로의 경우 일단 대학졸업자들이 입사하면 이들을 잘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 발달해 있다.

부사장이 교수진의 팀장이 돼 모든 엔지니어들은 아이덴티티 섹터로 들어오게 되며 각기 업무를 맡고 할당받으며 커스터마이즈드 드레이닝 프로세스를 수행하게 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트레이닝 코스는 3개로 나뉜다. 먼저 프로덕트 엔지니어링 SW HW 테스팅을, 이어 IT서비스 엔터프라이즈애플리케이션, ERP, CRM 코스를, 마지막으로 BPO 교육을 받게 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도의 우수한 공대졸업생들은 바로 이 넉달짜리 교육을 받은 후 직접 IT고객 서비스 전선에 투입된다.

이들은 한 업무만 맡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무를 바꾸게 된다. 이같은 철저한 재교육과 순환 근무제가 인도엔지니어의 저력인 셈이다.

엔지니어들간의 경쟁이 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쿠마린씨는 “엔지니어는 자기자신과 경쟁한다. 스스로 도전하며 고객에게 마일스톤(이정표)를 제시한다”며 아주 자연스럽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인포시스 역시 인근도시 마이수르에 하루 5000명을 동시에 수용해 3개월간 동시 트레이닝할 수 있는 시설과 장소를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도에서 공대를 졸업한 사람들의 모습은 훈련코스에 의해 바뀐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위프로의 경우 전체 비즈니스의 85% 정도를 주로 외국에서 수주해 인도 안에서 수행한다. 나머지 15% 정도만 외국에서 수행하는 이른바 니어소싱 서비스다. 오라클과 SAP애플리케이션에 강한 새티암의 경우 니어소싱 비율은 25%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위프로의 국외시장 니어소싱 의존도는 미국 기업 50%, 유럽 기업 25%정도였다. 인포시스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기업 61.7%, 유럽기업 23.4%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아웃소싱강국 등장=하지만 최근 수년새 러시아·중국·멕시코·브라질 등 신흥 아웃소싱 강국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IT아웃소싱의 대명사인 인도IT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의 IT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고객에게 25% 이상의 높은 마진을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 임금인상에 대해 경계감을 표했다.

벵갈루루 현장에서도 이를 인정한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인력이 많아져서 연봉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2000년부터는 급격한 인상이 있었다.”(LG인도법인 엔지니어 슈보 쿤두)

위프로는 다음달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열고 아누지 필립 씨를 매니저로 파견한다. 아누지 씨는 아시아에서는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에 위프로 R&D센터가 이미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규모에 이르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새티암이 진출해 있는 한국에서 고객에 더욱 근접해 비즈니스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TCS는 앞으로 3년간 외국인 직원 비중을 현재의 두 배가량인 15%대까지 늘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엔지니어의 임금=한햇동안 인도 전역에서 배출되는 엔지니어는 14만명정도.

벵갈루루에 있는 다국적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는 10년전 70∼80개였으나 이제는 200여개로 늘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급격한 투자를 하면서 엔지니어의 월급은 2000년이래 연간 20% 이상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SW인디아(SISO) 안재욱 과장은 “4년제 대학 졸업생에게 우리돈으로 1000만원 수준인 1만∼1만2000달러의 연봉을 준다”고 말한다.

인도 로컬업체의 급여수준인 5000∼7000달러의 연봉에 비하면 약 절반수준인 셈이다.

수년전만 하더라도 IT졸업생의 연봉이 1만달러였다. 일반 엔지니어의 초봉이 이미 그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옮길 때마다 또한 버블현상이 나고 있다고 SISO 안재욱 과장은 말한다.

간단히 말해 인도인의 평균 월급은 1년에 경제성장률 수준인 7∼8%인데 엔지니어임금 성장률은 20%라는 얘기다. 이는 인도의 많은 우수인력을 끌어들여 인도를 IT산업의 블랙홀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다.

 

◆벵갈루루가 뜬 이유

인도의 실리콘 밸리 벵갈루루=인도 중심부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군사도시 벵갈루루. 해발 920미터인 데칸고원에 위치한 이 도시는 지난 해까지만 해도 뱅갈로르로 불리웠다. 힌두어로 보호자의 도시(City of Guard)의 뜻이라는 벵갈루루. 1965년 발발한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인도에 주요 전자장비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인도정부가 10년안에 소형중형컴퓨터 자급자족을 계획했다. 미 정부의 방침에 따라 IBM이 인도를 떠나자 그 제품으로 설계하던 인도인력들이 유닉스 OS를 비롯한 SW설계인력으로 자랐다. 인도에서는 80년대에 타타에 이어 위프로와 인포시스가 IT서비스 업체를 세웠고 이 두 회사는 나스닥 상장까지 실현시켰다.

지난 84년 세계 반도체 1위이던 미국의 TI가 외국 IT기업으로는 최초로 인도 SW R&D센터를 세웠다. 그 도시가 벵갈루루였다. 당시 일본의 저가 반도체 공세에 시달리던 TI의 마크 셰퍼드 최고경영책임자(CEO)가 내린 결정이었다. 미국 엔지니어 임금의 30%대에 불과한 임금으로 같은 품질의 설계를 해낼 수 있었다. 마침 이 해에 취임한 라지브 간디 총리는 곧바로 SW 및 컴퓨터산업을 자유화했다.

1999년 이전까지는 데이터링크를 통한 미국 인도간 정보전송속도가 64kbps에 불과했지만 99년 미 초고속 광섬유 해저케이블이 태평양을 가로지르면서 이제 미국에서 인도간에는 초속 2MB의 전송속도를 통해 2초면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Y2K문제는 구식 컴퓨터의 2000년 연도 인식문제로 고통받던 미국의 IT업계에 인도의 엔지니어를 새로이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분별없는 과열이라 불펐던 그 거품이 2000년에 마침내 빠지고 많은 산업들이 과잉설비와 대폭적인 비용절감의 요구를 떠안으면서 미국 산업계 특히 IT업계가 인도의 IT서비스 아웃소싱은 더욱 관심을 끌게 됐다.

벵갈루루에서 16년차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리야드 라시드는 1990년 인도공대 카라그푸르(IIT Kharapugar)를 졸업했다. 그는 벵갈루루가 제 2의 실리콘밸리로 뜬 이유를 3가지 정도 꼽는다.

첫 번째, 남쪽에 위치한 국방도시인 벵갈루루엔 많은 정부 연구기관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DRDD(Defense Research and Developmnent Directorate), ISRO(Indian Space Research Organization), HAL(Hindustan Aeronautics Limitde) 등의 정부연구기관이 있었다.

둘째로 다양한 인력과 도시로부터의 접근성 등 도시가 갖춘 인재와 외부인력의 유입등 유연성을 꼽았다.

셋째로 오래전부터 연금생활자들의 도시였던 15도에서 35도 수준을 오르내리는 서늘한 날씨를 꼽았다. 15도에서 35도에 이르는 날씨는 해발 920미터인 이도시를 옛적부터 연금생활자의 도시, 정원도시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IT클러스터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곳에는 인도반도체산업협회도 자리하고 있다.

인포시스 회장 나라야마 무르티가 예상한대로 어느 새 인도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되었다.

<특별취재팀=이재구팀장@전자신문, jklee@etnews.co.kr, 김규태기자,김용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