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를 총망라하기 위해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이 복원 기술 확보의 어려움과 사료 수집 예산 부족으로 자칫하면 반쪽 공간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05년부터 기획해 온 한국영화박물관을 상암동 문화콘텐츠센터 1층에 설립하고, 오는 9일 개관식을 갖는다. 300평 규모의 한국영화박물관은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이 수집·보존해 온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를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영화박물관이 더욱 내실있는 공간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영화 복원 기술 확보와 제대로 된 사료 보존과 수집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영화박물관은 자국 영화 자료를 구축하는 아카이브적인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과거 영화에 대한 복원 기술은 필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래된 국산 영화의 필름 복원작업은 상당 부분은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한국영화박물관 개관 기념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게 될 최고(最古) 영화 ‘청춘의 십자로’ 역시 2개월간 일본에서 복원작업을 거쳐서 상영 가능해졌다.
장광헌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장은 “복원에 대한 인식도 낮고, 수요도 적다보니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민간에 위탁을 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복원 기술이 발달한 일본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민경오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산업과 담당사무관은 “복원의 영화사적, 산업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예산 배정 및 인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반려되기 일쑤다”고 대답했다.
관련 자료 수집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집과 보존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다 보니 자료가 불타없어지거나 손실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물관 개관 영화제의 폐막작인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홍길동’의 필름도 일본에서 찾아와야만 했다.
이처럼 중요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상당부분이 기증에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영상자료원이 지금까지 수집해온 필름, 시나리오, 소품 등의 자료와 한국박물관에 전시될 자료의 대부분이 기증을 통해 확보됐다.
오성지 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장은 “현재는 뜻있는 영화인들의 활발한 기증으로 자료가 어느 정도 모이고 있지만, 수집을 위한 별도의 예산은 1억원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