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에게 듣는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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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에게 듣는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혜성처럼 등장한 구글이 지난 7일 창업 1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의 10년은 정보기술(IT) 역사를 다시 쓴 시간이었다. 세계는 ‘인터넷 세상의 심장’ ‘구글라이제이션’ 등 화려한 수사로 구글이 앞으로 바꿀 역사에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의 새로운 장을 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e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답변에서 정제된 언어와 절제된 표현으로 일관했지만, 구글이 품고 있는 거대한 야망을 완전히 감추지는 않았다. 때마침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하는 웹브라우저 ‘크롬’을 출시하고, 처음으로 한국 인터넷 기업을 인수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미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세상

구글이 IT 역사를 새로 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에릭 슈미트 회장은 지난 수십년간 계속됐던 마이크로소프트(MS) 위주의 IT 시장을 재편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단면을 보기 시작했다”면서 “(미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세상”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운용체계(OS)와 관계없이 데이터가 온라인으로 옮겨다니도록 하는 차세대 컴퓨팅 모델이다. 한마디로 윈도가 꼭 필요치 않은 세상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윈도 제국을 허무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 “사용자는 더 이상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든지,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버렸다고 해도 대재앙이 아니다”면서 “전 세계인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나 휴대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게 되며 더욱 풍요롭고 효율적인 일상생활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지난 수년 동안 개인 및 기업들이 웹상에서 역동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해왔다.

슈미트 회장은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반MS 진영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인물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 CTO 시절, OS에 관계없이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자바’ 개발에 관여했으며 이후에는 리눅스 업체인 노벨에서 대표를 맡았다. 구글 핵심 전략이 반MS적이라는 점은 어쩌면 IT 역사를 다시 쓰는 차세대 혁명 기업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MS 체제를 허물지 않고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슈미트 회장은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 MS의 익스플로러에 대항하는 웹브라우저 ‘크롬’을 공개하면서 “크롬은 MS가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우리를 포위해오는 것을 막기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면서 “MS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누리는 지배적인 지위에 도전하려는 것이 구글의 오랜 열망”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올 초 MS와 야후가 합병 직전까지 이르렀을 때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면서 최전선에서 이들의 결합을 저지했다.

◇ “구글코리아를 주목하라”

슈미트 회장은 구글의 이러한 도전이 가능한 이유를 ‘검색’이라고 확언했다. 그는 검색, 광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검색이라고 못박았다. 구글의 핵심은 검색이라고 재차 강조한 그는 “모든 구글 비즈니스의 핵심에 검색이 자리 잡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는 검색엔진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개인화한 검색 연구에 집중 투자 중이며 언어 간 교차 번역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기의 기업, 구글이 한국에서도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구글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대에 머물고 있다. 슈미트 회장은 “그동안 투자했던 한국 내 연구개발 성과가 잇따라 나올 것”이라며 “올 하반기 구글코리아를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 시장 점유율 때문에 투자 비용을 줄이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는 전혀 변함이 없으며 이것이 지난 2006년 연구개발센터(R&D)를 개설한 이유”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구글코리아는 웹검색에만 치중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토종 포털의 통합검색과 유사한 ‘유니버셜 서치’를 내놓았으며 국내 대표적인 블로그툴 개발업체인 태터앤컴퍼니(TNC)를 인수했다.

그는 “구글코리아의 R&D 작업도 검색의 양과 질, 그리고 사용자들의 경험을 모두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다”면서 “특히 세계 각국의 언어를 한국어로 번역해주는 ‘구글 번역(Gogle Translate)’ 품질이 급속히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인터넷에 정통한 한국인은 한국어 콘텐츠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된 정보를 찾으려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사용자들이 언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글코리아의 전략이 검색 서비스 한국화는 물론이고 구글 번역과 같은 매개를 이용해 방대한 정보를 집대성하고 있는 구글닷컴(google.com)으로 안내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모두 진행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 “인터넷의 또 다른 창시자가 될 것”

지난해 말 IT업계 최고의 이슈였던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안드로이드의 장밋빛 청사진을 설명하는 데 지난해보다는 어깨힘을 뺐다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구글은 당시 전 세계 33개의 IT업체와 손잡고 ‘개방형휴대전화연맹(OHA)’까지 출범시켰지만, 아직 안드로이드의 위용을 확인시켜주지는 못했다.

그가 한가지 확실히 언급한 것은 “2008년년 말까지 소비자들에게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2분기만 해도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드로이드폰 출시가 내년 이후로 미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르면 이달 23일 대만 HTC가 구글폰을 완성해 T모바일을 통해 공급하는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성공 여부를 놓고 슈미트 회장은 장담하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것은 모바일 광고 시장이 데스크톱 광고 시장보다 구글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생각에선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구글의 지난 10년은 기업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고속 성장이었다. 구글의 다음 10년도 초고속 성장이 가능할까. 일각에선 구글이 대기업화하면서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검색에 꾸준히 투자하지만, 온라인 백과사전인 ‘놀(Knol)’을 출범시키는가 하면, 워드에서 웹브라우저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발을 담그지 않은 곳이 없다. 구글이 제휴를 통해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들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글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구글 스토리’의 저자 바텔은 구글이 ‘무모한 도전’에 대한 염려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구글을 떠나는 임직원이 왜 늘고 있냐’는 질문으로 돌려 물어봤다. 최근 일부긴 하지만, 구글러들이 창업해 떠나거나 특히 페이스북의 주요 임원진으로 옮기는 사례가 있었다.

슈미트 회장은 “몇몇 직원이 이직을 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구글러로서의 경험을 살려 인터넷 산업과 세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구글의 무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돌려 대답한 것이다.

◆구글이 추진하는 미래 사업

 구글이 추진하는 미래 사업 중에는 기상천외한 것도 많다. 먼저 개발도상국 고속 인터넷망 확대 프로젝트인 ‘O3B(Other 3 Billion)’. 구글은 프랑스의 통신위성업체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에 16개의 저궤도 인공위성(보통 지상 144∼900㎞에서 회전)을 주문, 개도국 인터넷망으로 활용케 할 예정이다. 기존 방식보다 인터넷망 설치에 비해 95%가량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 미국 케이블TV 업계의 거물인 존 맬런 및 HSBC도 각각 2000만달러씩을 출자했다. 프로젝트명은 고속인터넷망에 접근할 수 없는 저개발국의 인구수가 30억명(Other 3 Billion)에 달한다는 데서 따온 것이다. 인공위성 가동 예정일은 2010년.

구글과 X프라이즈(PRIZE) 재단은 3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상금을 걸고 로봇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경기를 후원키로 했다. 공식 대회명은 ‘구글 루나 X프라이즈’. 행사에 참가하는 로봇 탐사선은 최소 500m를 탐험하고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등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번 행사는 전세계의 엔지니어 및 기업가에게 저가의 로봇 우주 탐사 방법 개발을 장려하는 최초의 국제 행사다. 비영리 기관인 X프라이즈 재단의 피터 디아만디스 CEO는 “이 역사적인 레이스를 전세계에 생중계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주와 지구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구글은 우주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명 ‘행성 간 인터넷(Interplanetary Internet)’으로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이 주관하고 있다. 행성 간 인터넷은 미 우주항공국의 제트 프로펄션 연구소에서 지난해 개발한 우주용 인터넷 접속기술이 모태가 된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을 사용해 태양계 탐사를 진행하는 우주선이나 행성탐사차량과 인터넷으로 자료를 주고받는다. 행성 간 인터넷을 이용하면, 지구 자전으로 인한 신호 간섭과 전파 방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올해 안에 ‘딥 임팩트(Deep Impact)’라 불리는 우주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행성 간 프로토콜(통신규약) 테스트를 마칠 예정이다.

◆구글 에릭 슈미츠 회장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겸 CEO가 구글에 합류한 시점은 지난 2001년. 당시 노벨 CEO였던 슈미트는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의 강권에 못 이겨 CEO 인터뷰에 나섰지만, 구글에 합류할 생각이 크게 없었다. 닷컴 버블이 꺼진데다 신생업체인 구글 역시 적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을 바꾼 것은 구글의 젊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그들의 발칙한 사고와 통찰력에 감탄한 그는 구글에 합류, 두 창업자와 성공 스토리를 써나간다. 슈미트 회장은 사업가 및 최고 기술 개발자로서 20여년의 풍부한 경험을 구글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의 노하우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구글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슈미트 회장은 제록스 PARC(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의 컴퓨터 과학 연구소, 벨 연구소,질록 등을 거쳐 1983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로 이직한다. 이곳에서 최고기술책임자로서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프로그래밍 기술인 자바의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이후 노벨 CEO로 활약하다 구글로 영입됐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 슈미트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인 구글의 전략 개발을 담당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공학학회원으로 선출됐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