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SW산업의 우연과 필연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미래포럼]SW산업의 우연과 필연

 요사이는 육교를 없애가는 추세지만 과거에는 육교가 아주 중요한 정부 홍보의 장이었다. 1990년대 중반 신문로 거리의 육교에 붙어 있던 구호가 기억난다. ‘산업화에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이런 구호처럼 당시의 정부 정책의 핵심은 정보화였다. 1994년 말에는 체신부를 확대 개편, 정보통신부를 만들고 또 초고속망 구축기획단을 만들어서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산림녹화하듯이 우리나라의 정보화 정책을 추진했다.

 산업계도 이러한 정책에 화답했다. 예컨대 게임소프트웨어 산업이 급속히 성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새로이 창조됐다. 1996년에는 최초의 온라인게임으로 일컫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가 탄생했고 많은 젊은 기업가가 온라인게임 산업에 투신했다. 넥슨의 김정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송재경, 한게임의 김범수, 태울의 조현태 사장 등과 같이 KAIST, 서울대에서 게임을 만들어 놀던 대학원생들이 게임개발사를 차리고 벤처기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이 당시를 압도했던 리니지의 사용자는 1999년, 2000년, 2001년에 각각 1만명, 10만명, 30만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탄생과 성장에 정부가 실제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게임산업 백서가 처음으로 발간된 것이 2001년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온라인게임에서 이른바 ‘혁신의 창(windows of innovation)’을 가질 수 있었을까. 우연이었던가. 절대로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금 그리고 시장이 필수적이다.

 우선 온라인게임 시장은 외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만들어 놓았다. 1997년부터 스타 열풍(?)이 불면서 많은 청소년이 네트워크 상에서 여러 명이 함께 노는 네트워크 게임에 빠지게 된 것이다. 개발자들은 재빨리 이 기회를 이용했다. 그 당시 PC통신을 이용해 MUG(Multi User Graphic)게임을 만들던 개발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한국 소프트웨어진흥원이 10주년 되는 해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기업 집단은 각각 자신의 SI기업을 가지고 개발보다는 통합(integration)에 힘쓰고 있고,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는 하드웨어에 끼워 팔기를 하면서 ‘을’의 불쌍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의 소프트웨어정책을 어느 부처에서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도쿄, 베이징 등지에 아이파크(iPark)를 세운 바 있다. 아이파크는 해외 진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전 세계 바이어에게 한국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소개하고 거래를 알선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2006년에 소관 기관이 바뀌더니 하루아침에 이 브랜드를 폐기하고 해외IT지원센터라는 일반 명사로 바꾸었다. 급기야 올해 정부 부처 통폐합으로 인해 아이파크는 KOTRA로 이관되면서 KOTRA 해외지사로 통합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산업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듯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침체는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알선하는 KOTRA가 과연 몇 년간 공을 들이고, 현지화를 해야만 하는 소프트웨어 거래를 잘 중개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필요가 있다.

 남영호 국민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yhnam@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