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심리 회복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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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가 신성장동력 분야를 1년 이상 기획하고 육성 의지가 강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신성장동력펀드 결성을 공동 추진 중인 한국기술거래소 현종근 투자사업팀장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들었다며 전한 말이다. 신성장동력펀드 재원 조성에 25일 현재 미국·중동·중국 등 해외에서만 1조2125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원화 약세와 함께 한국정부의 신성장동력산업에 대한 강력한 육성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펀드 규모가 8000억원으로 확대된다고 해도 해외자금 상당 부분이 출자를 접어야 한다. 펀드가 당초 수준인 3000억원(정부자금 600억원 포함)에 그친다면 1조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물거품이 된다.

◇위기감 해소에 큰 힘=이뿐만이 아니다. 신성장동력펀드 규모의 확대는 1석3조 이상의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투자 분위기 반전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문제는 산업 전반에 드리운 ‘불안감’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기업의 생명이라고 표현되는 ‘기업가 정신’의 후퇴다.

정보기술(IT) 분야는 더욱 그렇다. 정부가 녹색뉴딜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는 데 비해 막상 드러난 정부가 지원 의사를 피력해 왔던 신성장동력산업 예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8000억원이라는 규모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니나 ‘충격’ 요법 효과가 기대된다. 3000억원에서 두 배 이상인 8000억원으로 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업계를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다.

벤처 투자 확산 분위기 조성에도 분명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작년 미국 발 경기침체 후 벤처기업의 중요한 젖줄인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 분위기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한국 벤처캐피털 투자시장의 특성 영향이다. 벤처캐피털업체 대부분은 기업 인수합병(M&A)보다 투자 3∼5년 후 피투자기업인 벤처기업의 코스닥 상장(IPO)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Exit)한다. 지난해 금융불안과 함께 주가가 폭락했으며 벤처캐피털의 자금 회수도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투자도 급감했다. 지난해 벤처투자규모는 7247억원으로 전년도인 2008년의 9917억원에 비해 2700억원가량 대폭 축소됐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큰 폭의 감소세다. 올해 들어도 마찬가지다. 1월 벤처투자 규모는 191억원에 그쳤다.

◇벤처투자의 ‘물꼬’ 역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9623억원과 1조951억원의 벤처펀드가 조성됐다는 측면이다. 벤처펀드는 조성 후 대략 3년내 대부분을 투자한다. ‘총알(투자 재원)’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결성되는 신성장동력펀드가 투자분위기 ‘반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능성은 여러 측면서 확인된다. 벤처캐피털업계의 가장 큰 애로점은 악화된 자금회수 시장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휴대폰·LCD 등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이들을 대체할 새 분야가 없다는 것이다. 새 분야가 발로 정부가 육성하는 신성장동력산업이다. 신성장동력 펀드가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서면 기존에 조성된 펀드들과 함께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투자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벤처캐피털업체들이 로봇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 문제는 과연 이 시장이 충분히 성숙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벤처캐피털의 투자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김준배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