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금에 목매는 벤처펀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신규펀드 결성 현황 및 모태펀드 출자 펀드 비중

 올해 상반기 결성된 벤처펀드 94%가 정부 모태 펀드를 기반으로 조성됐다. 경기 침체로 민간투자가 실종한 데 따른 것이지만 국내 벤처 생태계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화상으로도 풀이된다.

 4일 관련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6개월간 결성된 벤처펀드 5071억원 가운데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모태펀드 출자 펀드는 93.9%인 4762억원에 달했다. 모태펀드가 참여하지 않은 민간 자발 결성펀드는 300여억 원에 불과했다.

 모태펀드 지원 결성 펀드 규모는 2005년 37.4% 수준이었으나 2006∼2007년 50%대로 올랐으며 지난해는 더 상승해 67.2%에 이르렀다. 지난해 3개 펀드 가운데 1개는 민간이 결성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민간 주도 결성된 펀드는 거의 없는 셈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모태펀드가 없었다면 올해 업계 펀딩(자금조달)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펀드 투자자(LP) 구성비율도 정부(기금)와 모태펀드 비중이 모두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 상반기 정부 비중은 벤처 버블을 거치며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던 2003년(31.3%)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42.7%였으며 모태펀드 비중은 33.7%였다. 지난해는 정부가 21.4%, 모태펀드가 17.0%였다. 펀드 운영사인 벤처캐피털 업체 참여 비중은 14.1%로 지난해 9.9%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간접 지원에 나섰던 금융권도 지난해 12.2%에서 올해 12.9%로 증가했다. 반면 일반법인(기업)은 지난해 34.2%에서 올해 26.5%로 줄었으며, 매년 적게는 6.8%에서 많게는 29.3%까지 결성에 참여했던 연금·공제회는 올 상반기 한 건도 없었다.

 올해 모태펀드 출자로 결성되거나 예정인 펀드는 총 3760억원인 가운데 이중 1300억원 가량이 결성됐고 나머지 2500억원 안팎의 결성이 예정돼 있다.

 한국 벤처캐피털 시장이 모태펀드 참여 펀드로만 구성되어도 단기적으로 크게 문제는 없다. 다만 정부 정책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이들 펀드가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을 경우 파장이 우려된다.

 김형수 상무는 “과거 사례를 볼 때 모태펀드가 좋은 취지에도 투자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면 정부는 출자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한국 벤처캐피털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스틱인베스트먼트 전무는 “기업과 연기금이 벤처펀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벤처산업에 안 좋은 신호”라며 “휴대폰·반도체 등을 이을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