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녹색성장의 중심 바이오화학

[ET단상] 녹색성장의 중심 바이오화학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오헌승(ohs@krict.re.kr)

 식물로부터 합성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볏짚으로 만든 연료를 넣는 꿈 같은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 가능할까.

 인류가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해 온 석유는 20세기 문명을 떠받치는 핵심 자원으로 군림해왔지만 매장량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또 석유화학 제품은 대부분 난분해성이고 소각 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석유원료 기반 화학산업의 시장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석유 자원 기반 문명이 직면한 문제의 해답으로 비식용작물과 목초류, 해조류, 유기성 폐기물 등 지구상에 풍부한 바이오매스 자원에서 유래한 원료를 이용해 바이오화학 제품 및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바이오화학 기술 활용이 될 수 있다. 바이오매스 자원은 신재생 에너지원 가운데 유일한 탄소자원으로 갈수록 고갈되는 화석원료의 대체 공급원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화학 기술의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과 2050년 화학원료의 20% 및 50%를 바이오매스에서 생산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국과 농무부 등을 중심으로 대체원료생산 연구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돼 바이오프로세스 실용화사업과 바이오플라스틱 활용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생물산업협회를 통해 유럽 전체 바이오화학 기술의 육성방안을 수립하는 한편,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등 개별국가도 국가별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화학기업인 듀폰, 다우, 바스프 등은 카길, 노보자임, 제넨코 등 바이오전문기업과 기술제휴, 젖산·아미노산·숙신산 등 각종 화학원료를 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는 등 산업계의 움직임도 매우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2006년 바이오디젤 연료가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그 이전부터 일부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발효기술을 활용, 아미노산·비타민·핵산 등의 제품이 생산 수출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기술개발 수준은 아직 초기단계로 볼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화학 분야가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업화 투자를 위한 시기결정(타임 투 마켓)에는 아직 주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 간의 전략적 기술제휴, 산학연 공동연구시범사업을 통한 바이오화학 기술의 기반 강화와 함께 국내외 관련 기관과의 기술교류 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물론 기술의 난이도나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을 생각할 때 국내에서 독자적인 바이오화학 기술 개발과 상업화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술개발 및 상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여러 가지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 바이오화학 기술의 조기 상업화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석유화학 및 정밀화학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바이오화학에 기반을 둔 신산업의 창출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며 화석원료에 덜 의존하게 되는 산업 및 사회시스템의 정착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환경적 측면에서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등 다양한 국제 환경규제강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며 쾌적한 환경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