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은 더 이상 당신의 컴퓨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지난 금요일 CES 기조연설에서 던진 화두다. 너무도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범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는 이 발언에 인텔의 포스트PC 전략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텔은 스마트폰,스마트북,태블릿PC,넷북,전자책 등 다양한 인터넷 접속 장비들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PC 프로세서 시장에서 쌓아온 아성이 흔들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돌아가는 상황만 봐도 심상치 않다. 레노버가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기반으로 스마트북과 스마트폰을 CES에 출품했고, 반도체업체인 프리스케일 역시 ARM 기반의 프로세서를 채택한 7인치 스마트북을 내놓았다. 그래픽 분야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태블릿 PC시장을 겨냥해 ‘차세대 테그라’ 프로세서를 CES에 선보였다. 이밖에도 구글의 스마트폰인 ‘넥서스원’과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인 ‘드로이드’ 등이 모두 ARM 기반 칩을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프로세서 시장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거센 물결은 PC시장을 압도했던 인텔에게는 위기의 징후다.
이번에 폴 오텔리니가 CES 기조 연설을 통해 소개한 기술은 인텔의 포스트PC전략과 위기 대처 전략을 잘 보여준다.
우선 폴 오텔리니 CEO는 자사의 ‘아톰’ 프로세서를 채택한 넷북 사용자들을 위해 넷북용 앱스토어인 ‘Intel AppUp Center` 베터 버전을 선보였다. 인텔의 앱스토어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의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넷북에 다운로드받아 설치해야 하는데,설치가 끝나면 바로 교육,엔터테인먼트,게임 등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라서 아직은 애플리케이션이 많지 않다.
인텔은 에이서,델,아수스,삼성전자 등 PC업체들과 제휴해 `AppUp Center`의 확산을 꾀하고 있는데, 이들 PC업체들은 ‘Intel AppUp Center` 기반의 앱스토어도 따로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텔은 자사의 앱스토어를 `아톰` 프로세서 기반의 넷북뿐 아니라 자사의 프로세서를 채택한 스마트폰,휴대 정보기기,스마트TV 등에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 17일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인텔 와이어리스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의 상품도 폴 오텔리니 CEO가 이번 CES에서 의욕적으로 선보인 인텔의 전략 제품중 하나다. 이 상품은 랩톱이나 데스크톱 PC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동영상 등 콘텐츠를 WI-Fi 무선 인터넷을 통해 대형 스크린을 갖춘 HDTV에 스트리밍 방식으로 표출해줄 수 있는 제품이다. TV에 어댑터를 설치하면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랩톱에서 사진,동영상 등 콘텐츠를 와이파이를 통해 전송할 수 있다.
아울러 인텔은 32나노 공정기술을 채택한 프로세서,칩셋을 대거 선보였다. 32나노 제조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처리 속도를 향상시킬 계획이다.‘코아 i7’‘코아 i5’ ‘코아 i3’등 프로세서에도 32나노 공정기술이 채택된다.
인텔은 디지털 정보표지판(사이니지)도 선보였다. ‘코아 i7` 프로세서를 장착한 이 디지털 사이니지는 소매 유통점에 설치 가능한 제품으로,쇼핑객들이 인터렉티브한 방식으로 매장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폴 오텔리니 CEO는 가정내에서 각종 전자제품의 전력 소비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홈 전력관리시스템‘을 선보였는데, ’아톰‘ 프로세서를 내장한 이 제품은 집에서 각종 전자제품의 에너지 소비량을 파악할수 있을 뿐 아니라, 효율적인 절전 방안도 제시해 준다.
인텔의 새로운 비밀병기인 ‘무어스타운’ 프로세서도 인텔의 포스트PC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품 라인 업중 하나다. 이번 CES에서 LG전자가 ‘무어스타운’을 채택한 5인치급 스마트폰을 선보였는데, 이 제품은 디스플레이 부분을 교체하면 태블릿PC로도 활용 가능하다. `무어스타운`은 향후 인텔의 운영체제인 ‘모블린’과도 결합될 예정인데, ARM 기반의 엔비디아, 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프로세서와 본격적인 경쟁을 필칠 것으로 예상된다.
폴 오텔리니는 CES기조 연설에서 또한 디지털TV용 `시스템 온 칩`기술을 선보였는데,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유튜브 등 인터넷 접속은 물론이고,TV프로그램 검색,관리 등에 필요한 창의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수 있다. 이번 CES에선 영화 `아바타`의 영향을 받아 3D TV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폴 오텔리니 CEO는 “향후 가정에서 3D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3D분야에 대한 인텔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으로 보여주었다.
인텔은 이번에 앞서 설명한 다양한 기술과 상품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향후 인텔의 포스트PC전략에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IT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결코 가볍게 볼수 없는 부분이다. 앞으로 인텔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