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의 사이버 홍보전과 대응

[통일포럼] 북한의 사이버 홍보전과 대응

최근 ‘북한 얼짱 여대생 동영상’이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순위 상위에 랭크된 적이 있다. ‘자랑 이야기(2)’라는 제목의 4분 분량의 이 영상은 평양교원대학 박진주라는 여대생이 내레이션하며 국가에서 준 새집으로 이사한 것을 자랑하는 내용이다. 이 영상에 대해 미국산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진짜 여대생이 아니라 대남심리전 요원이라는 등 몇 가지 논란이 있었다. 논란을 떠나 우리 당국이 관심이 가져야 할 점은 이 동영상이 작년 3월 제작돼 1년 3개월여 동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동영상이 웹상에서 얼마든 돌아다닐 수 있다.

2006년 5월에는 ‘럭셔리 북한차’라는 검색어가 검색 순위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당시 ‘뻐꾸기’와 ‘휘파람’이라는 순수 한글 이름의 북한 고급 자동차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였다. 주로 당원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차의 사진을 본 네티즌은 “겉모양은 괜찮은 것 같다”거나 “마치 국산차인 무쏘와 에스페로 등을 보는 것 같아 더 친근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기사를 단편적으로 접한 네티즌이 자칫 북한에 이런 고급차가 흔한 것으로 잘못 알 수도 있다. 나는 2006년 남측대표단 네명 중 한 명으로 북한의 흥남과 함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흥남과 함흥 시내에는 차가 드물었고 소달구지가 많이 다니는 등 북한 대도시의 모습은 남한의 1960~1970년대 소도시를 보는 것 같았다.

북한 실상을 정확히 알려면 직접 가보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어렵다. 그래서 북한 소식이나 북한의 현재 모습을 알려면 북한에서 직접 제공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직접 운영하거나 조총련 등 친북단체에서 운영하는 수십개의 북한 관련 웹사이트들을 남한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북한에 관한 정보가 국내에서는 극히 제한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 관련 동영상 등이 웹에 뜨면 누리꾼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북한 관련 사이트가 ‘안보 위해 행위 사이트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필터링 우회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북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나는 3년 전 교환교수로 미국에 머물면서 북한을 연구하기 위해 북한 사이트에 수시로 자유롭게 접속하곤 했다. 그때 영문으로 제작된 ‘북한(DPRK) 공식 웹페이지’ 사이트를 보고 북한이 2005년부터 매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얼마 전 외국을 방문했을 때 다시 그 사이트와 북한 관련 사이트에 들어 가보니 광복절 65주년을 맞이해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평양에서 연 인원 10만여명이 출연하는 아리랑 축전 준비를 북한이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었다. 북한 공식 영어 사이트는 예년처럼 온라인으로도 아리랑 공연 참관 신청을 받고 있었다. 북한은 웹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북한을 알리는 사이버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 당국은 얼마나 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비록 정부가 북한 사이트를 못보게 차단하고 있지만 우회 접속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또 북한 홍보 동영상 등 북한 관련 왜곡된 정보들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별 다른 대응책이 없는 것 같다. 잘못된 정보는 방치하는 것보다 틀린 점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ebiztop@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