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닫은 KT, `아이폰4`에 속이 탄다

출시 지연 이유 명확하게 안 밝혀…

KT가 입을 닫았다. KT는 스티브 잡스 발언 이후 지난 18일 세 문장으로 구성된 간략한 입장을 발표한 이후 출시 지연의 세부적인 이유를 내놓지 않는다.

업계와 구매 대기자 사이에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현재로선 밝힐 수 없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한다. 이러는 사이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거론한 ‘정부 승인’의 당사자 격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박 자료를 내놓으면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후속 전략모델인 아이폰4의 통화 품질 불량과 도입 지연 문제에 이어, 방통위의 지지도 잃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지연 원인 ‘오리무중’=KT는 그동안 이달 말 출시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단, 애플의 공급량 부족으로 출시가 미뤄질 수 있다며 지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달 말 출시 목표는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각) 애플이 발표한 2차 출시 국가의 판매일과 일치한다. 최근까지 동일한 스케줄로 진행됐다. 그러나 돌연 ‘한국 정부의 승인’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KT가 주장해온 ‘물량 부족’과 무관하다. 특히 17개국에서 같은 날짜에 동시 출시할 만큼 물량이 충분한 것으로 밝혀져 KT 설명을 무색하게 한다. 애플과의 협상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으나, KT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주체가 불명확한 승인 신청=한국 정부에 대한 승인 신청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 CEO의 발언은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지연된다”로 해석된다. 이 발언이 정부 승인이 늦어진 것이라는 오해가 확산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전파인증을 신청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KT의 입장 발표 자료에도 ‘형식승인 준비 시간’이 거론되지만 그 주체가 애플인지, KT인지가 불명확하다. 통상 휴대폰 단말기 전파인증을 제조사가 받는다. 일반적으로 전파인증 절차가 늦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통사는 제조사에 이의를 제기한다. 특별한 경우, 이통사가 대행해 신청하기도 하나 전적으로 책임은 제조사 몫이다.

국내 단말기 제조사 고위 관계자는 “17개국에서는 문제없이 정부 승인을 받고 출시하는 제품이 한국에서는 돌연 ‘밝힐 수 없는 문제’로 신청조차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 된다”며 “국내 제조사가 출시 예정일을 보름가량 남기고 전파인증 신청조차 안 했다면 KT가 저런 해명자료를 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망 연동 테스트 문제인가=KT 관계자들은 승인 신청이 늦어진 이유로 ‘망 연동 테스트’를 밝혔다. 출시 전에 여러 문제를 미리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동일한 WCDMA 망을 사용하는 아이폰4 출시국에서는 문제가 안 됐다. 앞서 KT가 출시한 동일한 방식의 아이폰3GS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특히 해외에서 산 아이폰4를 개인 인증받은 후 KT와 동일한 방식의 망을 사용하는 SK텔레콤으로 개통한 국내 첫 개통자가 아무런 문제없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의문을 더한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망 연동 테스트 실시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며 형식승인의 준비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오해”라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것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