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생활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휴대폰 배터리 표준화 작업에 업계가 반발했다. 업계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표준화 추진이 업계의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상품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며 맞서고 있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말부터 생활 표준화 일환으로 휴대폰 배터리 표준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현재 네 가지 표준 초안을 마련해 10월께 업계와 표준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 단체 표준안이나 국가표준으로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표준안에는 배터리 크기와 전압 등을 규정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 ·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가 크게 반발했다. 업계는 표준화 반대 이유로 화재 발생 가능성 등 기술적인 문제와 점점 다양해지는 휴대폰의 디자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각사가 개발하는 휴대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조성물로 만들어지는 데 자칫 이 기종 배터리에 탑재될 때 기능 악화 또는 심각할 경우 폭발 위험성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즉, 휴대폰에 따라 최적화된 배터리를 사용해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의 디자인 요소가 점차 중요해지는데 휴대폰 모양과 크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크기를 규제할 경우 새로운 제품 개발 대응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기술표준원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표준화 방침을 강행하기로 했다.
서동구 기표원 에너지물류표준과장은 “한 해에도 휴대폰 제조사마다 300∼500종의 휴대폰을 만들면서 각기 다른 배터리를 내놓는 것은 결국 자원 낭비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4∼5개의 표준이 만들어지면 제조사는 물론이고 휴대폰마다 호환이 가능해 소비자 불편도 줄고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과장은 “당장 국가표준이나 단체표준을 만들더라도 이를 강제할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성 등 기술적인 부문을 고려해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 사항도 아닌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업계에 혼란만 주고 있다”며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산업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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