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우리도 TV 채널 공백 주파수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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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강원도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서울을 바라고 달리다 보면, 심할 때에는 문막, 조금 덜할 때에는 여주 나들목 부근부터 답답해지기 일쑤다. 앞차 꽁무니에 코를 박고 1~2단 기어를 넣었다 뺐다 하느라 왼발 · 오른손 · 오른발이 바쁘지만, 속도가 줄었기에 여유가 찾아온다. 자연스레 라디오를 향한 귀도 더 트이고.

그런데, 여주 나들목 부근에선 SBS FM라디오 주파수(107.7MHz)에 한두 개 다른 방송사 진행자의 목소리가 겹치는 경우가 잦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열에 예닐곱 번이 그랬다. 전파 혼신(interference) 현상이다. 목적 신호(SBS 라디오 주파수)에 다른 전파가 섞여 드는 상태다.

여주 나들목 같은 곳이 아니더라도 전파 혼신은 생각보다 자주 불현듯 찾아온다. 옆 차선을 달리는 자동차의 길 안내 기계음(내비게이션)이나 군 무전기 통화가 라디오에 섞여 나오는가 하면, 전주(전봇대)에서 나온 전자파가 케이블TV 화면을 깨뜨리기도 한다. 전파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시내버스 안내 시스템이 경찰 통신망에 혼신을 빚어 소동이 일기도 했다.

무선 전화기나 TV와 같은 방송통신수신기에 애초 받으려 했던 주파수가 아닌 고 · 저주파가 섞여들거나 아예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나오는 신호(전파)가 들어오는 혼신 현상은 여전히 난제다. 방송통신사업자가 매우 잘 정제한 전파를 TV나 휴대폰에 쏘고 받아 다른 기기로 전달하되 100%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렇듯 `중뿔난` 전파를 더욱 효율적으로 쓰겠다고 팔 걷고 나섰다. 9월 중에 TV방송 혼신 방지 등을 위해 채널 사이에 띄워놓았던 주파수 대역인 `공백(White Space)`를 누구나 자유롭게 무선 통신서비스에 쓸 수 있게 하려는 것. 유명 가수 공연이나 친목 야유회 등에 무선 마이크로폰을 쉽게 쓰듯 따로 주파수 사용면허를 받지 않은 채 TV채널 사이 빈 대역(White Space)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FCC의 이러한 정책 기조는 기술 · 제도(규제) 측면에서 매우 선진적이다. 어디로 튀어 어느 방송통신에 섞여들지 모를 전파를 기술적으로 잘 다뤄내겠다는 것이고, 버라이즌와이어리스나 AT&T처럼 망을 가진 사업자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회사도 무선 통신서비스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망 보유 사업자를 중심에 두고 형성됐던 이동통신시장 경쟁 구조를 구글과 MS 등으로 넓히면, 자연스럽게 소비자 편익이 증대할 것으로 읽혔다. 버라이즌, AT&T, 구글, MS는 물론이고 IBM, HP, 페이스북 등 거의 모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통신서비스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들이 사사로이 담합하지 않는 한 경쟁 촉진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대는 당연한 순서처럼 보인다.

구글과 MS 등은 TV방송 채널 공백 주파수가 다른 전파보다 더 멀리 나아가고, 건물 투과 · 회절율이 좋은 점에 주목했다. `와이파이(WiFi)`와 같은 근거리 무선 통신기술로 조성한 `핫 스폿(Hot Spot)`보다 더 강력한 인터넷 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TV방송 채널 사이에 쓰이지 않는 주파수가 있다.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제대로 쓸 방법을 찾아보자.

이은용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