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스마트폰, 하루쯤은 내려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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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가입자 400만 시대가 코앞이다. 연말까지 6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애플 아이폰이 국내 통신시장을 강타한지 10개월. 대한민국은 지금도 스마트폰 열공 중이다. 스마트폰 보급 속도, 와이파이 인프라 등은 이미 모바일 대국인 미국, 유럽을 넘어설 기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일반 휴대폰의 스마트폰화`를 외치고 있다. 올해 라인업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폰으로 가져갈 태세다.

스마트폰은 국내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불도 당겼다. 특히 와이파이(WiFi) 빗장이 풀린 것은 획기적이다. 올초 만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와이파이 찾기는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았다. 데이터통화 수익 저하를 이유로 이통사가 와이파이 개방을 꺼렸기 때문이다.

아홉 달이 지난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달러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언제 어디서나 와이파이가 잡힌다. 스마트폰을 켜면 3~4개의 와이파이는 기본이다.

최근들어 이통사들의 와이파이 구축 경쟁이 한창이다. SK텔레콤은 와이파이를 찾아다니지 말란다. 언제 어디서든 거침없이 `콸콸콸` 쏟아낼테니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단다. KT 역시 `지금은 와이파이 시대`라며 올레란다. 경쟁사와의 와이파이존 개수를 비교하기 위해 깜찍한 미어캣까지 등장시켰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공간 여기저기에 수없이 흐르는 전파와 같다. 지하철, 버스정류장, 공연장, 리조트 등 곳곳이 와이파이 천국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와이파이는 책상의 PC를 개인들의 손바닥 위로 옮겨놓았다. 득이 있다면 실도 있다. 우리는 최첨단 정보로 고난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이 모두 이 안에 들어있다. 하루라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지 않으면 왠지 섭섭하고 생각이 허전하다. 스마트폰에 정보가 흘러들어오면 그 정보를 판독하기 위해 끝없이 이동한다. 정보가 넘치는데도 정작 필요한 정보에는 목이 마르다. 그래서 다시 정보를 좇는 떠돌이가 된다. 그 떠돌이의 필수품이 스마트폰이 됐다.

요즘 지하철에는 오고가는 정겨운 대화가 사라졌다. 따로 또 같이 자신들은 스마트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동창 모임이나, 부서 회식자리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그만 스마트폰 창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꼭 있다. 동료들이 전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는가 보다. 싱글벙글 웃고 떠들어야할 자리에 나홀로족으로 남는다.

생존경쟁이 지금보다 만성적이던 옛 70년대보다 마음의 여유가 그래서 좁아졌다. 손바닥 위에 놓여 있으니 무엇이든 확인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느낌이다. 빨리 끝내려고만 하다 보니 조급증도 심해졌다. 스트레스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이 현대인이다.

신유목민사회의 필수품이 스마트폰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세상이 달라졌다. 항상 휴대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울리지 않으면 소외된 느낌이다. 잃어버렸다면 그동안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분실한 것처럼 화가 치민다.

추석이 코앞이다. 하루쯤은 신유목민사회의 필수품을 내려놓아도 좋을 듯싶다. 오랜만에 시골집을 찾은 형제, 조카들과 알콩달콩 지난 세월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것도 솔솔한 재미가 있다. 사람에게서 자꾸 여백을 앗아가는 스마트폰을 뒤로한 채 말이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