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는 당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그는 누가 쏘더라도 500보 밖에 있는 적의 갑옷을 뚫을 수 있는 표준화된 활을 만들었다. 다른 나라의 활은 사용하는 병사마다 활이나 화살의 크기가 달랐지만 진 나라는 모든 무사에게 똑같은 크기와 강도로 만들어진 ‘쇠뇌’라는 활과 화살을 지급했다. 통일 후에 진시황은 마차 바퀴간의 거리를 6척으로 통일시켰다. 통일된 바퀴자국은 굳어지며 도로의 레일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폭이 다른 경쟁국의 마차들은 같은 길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없었다. 진시황은 이밖에도 글씨체나 도량형·화폐 등을 통일한 표준의 선각자로 꼽힌다.
미국의 남북전쟁에서의 승패는 총의 호환성에서 갈렸다는 말도 있다. 북군의 총은 규격이 일정했다. 때문에 일부 장치가 고장나도 부품을 서로 바꿔 끼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군의 총은 각기 규격이 다 달라 일부만 고장나도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도자 링컨은 당시 북부의 철로 간격을 남부보다 조금 넓게 만들었다. 이는 북군의 물자가 남부에 쉽게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남군을 고립화하는 전략으로 활용됐다.
1992년 윈도3.1이 등장하면서 PC 운용체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가 됐다. 다른 회사들이 다양한 기술로 대항했으나 시장은 윈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운용체계를 확실히 장악한 빌 게이츠는 이를 발판으로 응용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와 인터넷으로 뻗어나가면서 지금까지 전 세계 IT판도를 확실히 장악해 왔다.
진시황이나 링컨·빌 게이츠 모두 표준의 힘을 아주 잘 활용한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표준화는 이처럼 편리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경쟁자를 없애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표준을 선점하는 자가 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 우리나라 국가표준의 큰 틀이 될 ‘제3차 국가표준기본계획’이 만들어진다. 향후 신성장동력이 될 산업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이 국제표준이 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둔다고 한다. 표준을 잡으면 세계 시장을 가질 수 있는 시대다. 우리나라도 보다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승규 산전부품팀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