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천리’. 소걸음으로 천리 간다는 금언이다. 24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손윤환 다나와 사장(50)의 경영철학이다. 손 사장은 “거창한 경영 비법이 있기보다는 우직하게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한 우물만 고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다나와는 창업자인 성장현 사장과 손 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다.
성 사장은 연구개발 부문을, 손 사장은 마케팅과 경영관리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공동 대표 체제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많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나 벤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의사 결정이 느려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만났으면 실패로 끝났을 텐데 오히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났다”고 강조했다.
“성 사장은 대학 동기입니다. 둘 다 전산학을 전공했는데 졸업 후 진로가 좀 달랐습니다. 성 사장은 연구개발 쪽으로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밍 부서를 주로 맡은 데 비해 저는 관리와 경영 파트였습니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로터스코리아에서 16년을 보내고 다나와와 합류했다. 2000년 2월 다나와를 설립하고 2개월 후인 4월에 합류했으니 사실상 다나와의 일등 창업공신인 셈이다.
“딱히 비법은 없습니다. 단지 서로 역할을 분명하게 인정했습니다. 논쟁도 많았지만 맡은 분야를 존중했습니다. 경영과 관리 면에서는 다행히 제 의견을 많이 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창업 당시 여직원까지 세 명으로 시작했는데 사장 두 명에 직원 한 명이었으니 경영이라는 말조차도 우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좋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가격비교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다나와는 그렇게 초라하게 시작했다. 게다가 닷컴 끝물인 2000년 당시 가격비교는 이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다. 다나와도 쟁쟁한 선발업체에 비하면 한참 뒤처지는 후발업체였다. 관건은 사업 분야였다. “인터넷으로 PC 부품 가격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PC 조립의 메카인 용산상가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의 정확한 데이터가 힘이었습니다.”
여기에 손 사장은 처음부터 고객 중심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당시 다나와를 접속하는 사람은 대부분 PC에 일가견이 있었다. 속칭 ‘선수’를 상대하려면 정확한 정보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게시판, 커뮤니티 모두 다나와가 선두주자였다.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장점이자 단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온라인 사이트와 달리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시판을 열었는데 수시로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자정이 넘은 새벽에 오히려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곧바로 성의 있게 답변을 해 주었고 결국 이런 신뢰가 쌓여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다나와는 6개월 만에 사이트 유료화로 전환했고 매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최근엔 성장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매출 27.83%, 영업이익 26.38%, 당기순이익 27.31%로 고공 비행을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도 잠정치지만 213억원 규모로 최고치를 낙관했다. 주요 수익 모델은 30여개 오픈마켓과 대형 쇼핑몰에서 발생하는 매출 수수료가 40%로 가장 높다. 이어 미디어와 배너광고가 30%, 중소 업체 제품의 다나와 사이트 노출에 따른 수수료가 10∼15%다.
다나와는 오는 24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가격비교 업체 중에서 처음이며 ‘닷컴 버블’이 꺼진 이후 인터넷 기업으로도 처음이다. 기관 경쟁률이 150대1을 넘었으며 공모가 예정밴드 중에서 최고가격인 1만4000원에 결정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 다나와는 상장을 통해 200억원에 달하는 공모자금을 ‘종합 쇼핑 포털’로 성장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손 사장은 “10년간 노하우와 7000만건이 넘는 상품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닷컴이 죽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해 달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