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한 지 2년이 훌쩍 지났다. 그린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은 단연 돋보였다. 이 대통령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15)에서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를 천명했다. 의무감축국이 아니면서도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공표한 대한민국은 저탄소 녹색성장 부문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졌다. 이 덕분에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COP 16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다지고 경험을 전수한다는 비전 아래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가 공식 출범했다. COP 16에서 덴마크가 외국 정부로는 처음으로 GGGI에 참여할 것을 천명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독일·일본이 참여 의사를 밝혀 현재 7명인 GGGI 이사진은 기여 의사를 밝힌 나라의 대표들을 추가해 앞으로 15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말 GGGI는 전 세계를 균형 있게 대표하는 이사회를 구성해 국가 간 조약에 기반을 둔 명실상부한 국제기구가 된다. 최근엔 리처드 새먼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부회장이 초대 소장으로 선임돼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머지않아 공산품 수출로 ‘글로벌 10’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의제도 수출하는 국제기구의 역할로 ‘글로벌 코리아’의 모습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은 글로벌 무대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둘러보면 그 약발이 얼마나 먹힐까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지난해 4월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실천할 각종 진흥책과 규제가 담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이 임박해지면서 제도 시행의 주도권을 둘러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있었고 그 틈바구니에서 산업계는 들리지 않는 신음을 내야했다.
하반기 들어 화두로 떠오른 배출권거래제는 상황을 더욱 심화했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이행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가 새로 도입된다니 기업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도 도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라는 배의 사공이 너무 많다. 녹색성장위원회나 환경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제도를 도입해 국제사회에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지식경제부는 목표관리제 시행 경과를 봐 가면서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경부·환경부 모두 정부인데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어느 주장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현실론과 명분론이 맞선 결과지만 갈등이 길어질수록 제도를 이행해야 할 산업계의 국제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부처 간 정책의 조화와 함께 정부와 기업 간 신뢰가 급 요구되는 시점이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