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로 지난해까지 ‘KT=아이폰’ ‘SK텔레콤=갤럭시S’로 양분됐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구도가 새롭게 짜이게 됐다. 이전까지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같은 창으로 대결하는 ‘전면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설이 지난 연말부터 관련 업계에 퍼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KT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KT는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과 제품 출시를 위한 계약을 확대했다. 또, KT·아이폰 진영에 대응하기 위해 갤럭시S를 포함한 주력 프리미엄폰을 SK텔레콤에 주로 공급해오면서 협력체계를 구축해온 삼성전자도 KT에 신제품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이처럼 그동안 유지하던 이통사와 제조사 간 ‘밀월 관계’가 이번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 영향으로 붕괴되고 실익에 따른 다자간 경쟁체제가 형성되면서 1000만 가입자 시대에 돌입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한 차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 ‘AS 문제’ 해결이 현안=SK텔레콤은 이번 출시 결정으로 비용 절감과 가입자 이탈 방지 등 다양한 이점을 얻게 됐다. 지난 1년여간 KT의 아이폰 출시에 대응하기 위해 쏟아 부었던 3000억원에 육박하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차세대망 투자나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는 ‘효율적인 비용 활용’ 측면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특정 스마트폰에 쏠렸던 소비자의 눈길을 자사 서비스로 전환하고 KT의 아이폰 프리미엄을 동등하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이번 결정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스마트폰의 대표 모델인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장기적으로 우량 가입자를 계속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시작된 01X 번호표시제 등 2G 가입자들을 아이폰을 앞장세워 자연스럽게 자사 3G 가입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현재 SK텔레콤 전체 가입자 2500만명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약 400만명. 나머지 2100만명은 스마트폰 전환 잠재 고객이기 때문에 아이폰 출시와 함께 최신형 스마트폰 라인업을 잇따라 내놓게 되면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글로벌 제조사들이 KT를 통한 신제품 출시 문제는 SK텔레콤에서도 동시 출시되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계자 평가다.
반면에 SK텔레콤의 고민은 그동안 아이폰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시각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있다. 지난해 SK텔레콤 측은 리퍼 형식의 애플 아이폰 AS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수차례 해왔다. 이번 도입에서도 애플의 AS 정책은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SK텔레콤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묘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경쟁 심화 우려 높아=아이폰 도입으로 ‘스마트폰 신화’를 만들어냈던 KT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KT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예견됐던 일이며 이에 대한 대비를 상당기간 해왔다”며 “해외 사례로 볼 때 복수 이통사가 아이폰을 출시하게 되면 아이폰 구매자가 더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응책 마련에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제조사들과 협상을 지속한 결과, 대만 HTC, 모토로라모빌리티 등과 제품 출시 계약을 맺었으며 림(RIM), 소니에릭슨 등 SK텔레콤에 독점 공급한 사업자들과도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사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주력폰인 ‘갤럭시S Ⅱ’를 SK텔레콤과 거의 동시에 KT·LG유플러스에 공급하기로 했으며 LG전자·팬택 등도 공급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족한 스마트폰 라인업 확보가 가능해졌다.
한편,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지난해 정부의 이통사 마케팅 비용 제한으로 주춤했던 휴대폰 보조금이 다시 과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K텔레콤와 KT 모두 거의 동일한 스마트폰 제품군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이통사 간 보조금 투하를 통한 가입자 확보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