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백두산 화산과 북한 인터넷 개방](https://img.etnews.com/photonews/1104/119078_20110414153427_921_0001.jpg)
지난해 9월이다. 미국 CNN 방송은 ‘은자(隱者)의 왕국(Hermit Kingdom)’에 과감히 베팅하는 유럽인이 상당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개방하기 전 베이징에 점포를 내 ‘대박’이 난 것처럼, 북한이 개방할 경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일부 유럽인들의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 일부 유럽 투자자들은 북한을 ‘지구상 마지막 남은 비즈니스 현장’이라 여긴다. 북한의 현 상황을 개혁개방 직전의 중국과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얼어붙은 남북관계와 북한 정치군사체제의 견고성 등을 고려하면 과연 그럴까 하는 마음이 든다. 사실 북한은 우리 민족 전체로 볼 때 분명히 기회의 땅이다.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한반도 미래를 위해 늘 통일의 비전을 품고 치밀히 준비해야 한다.
현재 평양에는 이집트 오라스콤이 서비스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사용자 수가 4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북한은 비자카드를 사용 못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였으나 연초부터 ‘나래’라는 전자결제카드를 외국인에 서비스하고 있다. ‘광명’이라는 초고속 인트라넷 망을 설치해 3700여 기관이 사용하고도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료에 대해 북한 체신성이 1M당 40유로를 부과한다고 북한 사정에 밝은 어느 인사는 귀뜸해주기도 했다. 비록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인터넷 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개방의 문이 조금씩이나마 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마 전에는 고구려 역사를 연구하는 한 재미 동포로부터 흥미로운 소식을 들었다. 북한 과학기술분야 최고 기관인 조선과학기술위원회가 인터넷과 관련된 한국 IT표준전문가들을 만나기 원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인터넷망의 지역식별자(Locale) 문제를 해결하기 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어정보학회는 민간차원에서 2007년과 2008년 두차례 걸쳐 중국 연길에서 ‘지역식별자전문위원회’ 회의를 개최, 이 문제에 대해 북한과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대화 창구가 막혀 아직까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북한은 ISO규격에 맞는 정보통신 표준을 공동으로 만들길 원하고 있다. 이의 부제로 IT용어표준과 자판배치(컴퓨터, 휴대폰 입력), 코퍼스 구축, 조선글자의 라틴글자 표기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길 원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백두산 화산 관련 남북 전문가 회의가 열린 바 있다. 백두산 화산과 달리 인터넷 개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북한의 전 국민이 외부세계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막상 북한이 개방을 급속히 진행한다면 남북은 정보교류를 위한 인터넷 표준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그런데 현재 남북 IT전문가들은 직접 만날 수 없다. 어쩌면 백두산 화산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 남북 전문가들은 직접 만나 협의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은 경제난, 후계구도, 핵개발 등 미래전망이 어둡고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통일이라는 우리 민족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에서라도 남북이 만나 다양한 분야의 대책을 논의하고 통일 역량을 축적해 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은자의 나라인 북한에 정보가 교류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혜를 발휘해 인터넷망이 개방되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 개방을 통한 남북 정보 교류와 협력은 통일경제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 주민의 마음도 얻을 수 있는 방안이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