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문 번역 오류로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던 한·EU FTA 비준 동의안이 2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서 가결됐다. 본회의 처리 후 7월 잠정 발효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으로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EU와의 FTA가 예정대로 발효되면 한국경제의 외연을 크게 넓힐 수 있다. 또 아시아에서는 EU와 처음으로 FTA를 맺는 국가라는 점에서 지역 선점효과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EU FTA는 10년간 실질 GDP를 최고 5.6% 끌어올릴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GDP가 0.1%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 생산성 향상이 이뤄져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GDP 증가율이 0.5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5년간 EU에 대한 무역수지는 수출이 25억3000만달러, 수입은 21억7000만달러 증가해 연평균 3억6000만달러 규모의 흑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전기전자는 향후 15년간 EU 수출은 3억9000만달러, 수입은 4억3000만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자제품은 한·EU FTA의 수혜품목으로 꼽히면서도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주요 품목의 관세가 낮거나 혹은 없었고, 현지생산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현재 EU는 TV 및 TV용 브라운관에 14%, VCR 8∼14%, 냉장고 1.9∼2.5%, 에어컨 2.2∼2.7%, 전자레인지 5% 등 우리나라 주요 가전에 약 2∼14%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기전자업계가 동유럽 현지에서 유럽시장용 가전제품의 생산을 늘리고 있어 직접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현재 EU 관세율이 0%여서 FTA 체결로 인해 얻는 실익은 전무하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은 관세가 없고 유럽으로 공급하는 TV와 일부 냉장고는 폴란드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경우 1~2%대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주로 프리미엄급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U와의 FTA가 발효하면 우리 경제는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뛰어넘을 또 하나의 디딤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미 FTA까지 국회 비준을 받으면 ‘선진국-개도국-신흥국’ 시장의 조합이 완벽해지며, 유럽, 남미, 북미, 아시아 대륙에 걸친 FTA 거점 확대가 가능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FTA 허브가 된다.
한·EU FTA 통과를 촉구해온 경제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EU FTA가 발효되면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과의 교역 및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또 질 높은 EU 제품을 더욱 다양하고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어 국내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고, EU산 부품소재 조달이 촉진돼 우리 기업의 부품조달처가 다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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