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즈니사가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판권을 1조원에 사려다 거절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뽀로로’를 탄생시킨 김일호 오콘 대표이사가 최근 한 특강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나는 돈을 벌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돌 맞을까 봐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뽀로로는 국민 캐릭터다. 어린이들의 대통령(뽀통령)이라 불릴 정도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세계 130여 개국에 수출됐다. 프랑스에선 시청 점유율 최고기록까지 세웠다. 오콘은 캐릭터 상품까지 지난해 매출 6000억 원을 달성했으며 올해 1조원을 내다본다. 경제적 효과 5조7000억 원, 브랜드 가치 8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8700억 원, 일자리 창출 효과가 4만3000여명에 이른다니 놀랍다. 모두 콘텐츠의 힘이다.
정말 자랑스럽다. 동시에 안쓰럽다. 정부 지원도, 사회 인식도 부족한 척박한 환경 속에 스스로 잘 컸기 때문이다. 2003년 EBS로 첫 방영할 때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은 외산 애니메이션 수입에 골몰했다. 코딱지만 한 제작 지원을 받으려 해도 엉뚱한 증빙 자료만 요구받았다. 지금도 10여 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외국 자본의 테마파크를 유치하려고 부지 등을 헐값에 제공하지만 국내 업체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김 대표 말을 빌리자면 국가 지원은 LCD 부품 하나 지원하는 것보다 못하다.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가릴 것 없이 똑같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고도화에 따라 콘텐츠의 힘은 갈수록 커진다. 정부도 뒤늦게 콘텐츠 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업계는 아직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 여전히 고독한 싸움이다. 뒤늦게나마 가치를 인정한 디즈니사가 되레 고마울 정도다. 뽀로로가 “한국사회가 정말 콘텐츠의 힘을 믿느냐”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