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모듈 사업에서 셀 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1991년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사업 골격을 통째로 바꾸는 셈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마무리된 LCD사업부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통해 모듈 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특히 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대거 퇴진하고, 남은 임원도 업무가 축소되는 등 모듈 사업이 장기적으로 해체되는 수준까지 개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무급 팀장과 상무급인 슬로바키아 모듈제조법인(SELSK)장이 물러났다. 또 모듈그룹과 제조기술그룹을 담당하는 임원들도 보직 이동 및 업무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듈 외주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운영팀장(상무급)도 이번에 퇴진했다.
신임 박동건 부사장이 맡은 제조센터 산하 모듈 관련 업무와 조직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갈수록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셀 비즈니스’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기 위한 것이다. 또 조직을 슬림화해 수익성 위주 전략으로 불황을 타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권오현 DS총괄 사장이 수익성 위주로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LCD 사업에도 사업구조 혁신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삼성전자 LCD사업부 셀 비즈니스 비중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설명/셀 비즈니스란=LCD 모듈 조립 전 단계인 셀만을 판매하는 사업 모델. 셀은 박막트랜지스터(TFT) 및 컬러필터 기판 사이에 액정을 주입한 단계다. 셀에 광학필름과 백라이트유닛(BLU)을 조립하면 LCD 모듈이 된다.
<뉴스의 눈>
‘몸집 줄이고, 스피디한 수익형 조직으로 변신하라.’
이번 인사 및 조직 개편은 권오현 DS총괄 사장이 반도체 사업에서 체득한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을 LCD사업에 이식하기 위한 ‘첫 단추’라는 분석이다. LCD 공급 과잉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황 회복을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사업 및 조직 슬림화를 통해 ‘턴어라운드’를 실현하는 것이 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셀 제조-모듈 조립-판매’로 이어지는 사업 영역에서 모듈 조립을 대폭 축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백라이트유닛(BLU)을 조립하지 않은 셀(Cell)만을 판매하는 ‘셀 비즈니스’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셀 비즈니스 비중이 반수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LCD원가에서 백라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여서 셀 비즈니스로 전환하게 되면 매출은 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셀 비즈니스로 전환한 다른 이유는 LCD TV 업체들이 모듈조립 부분과 구매를 자체 내에서 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다. 특히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적극적이다. TV업체가 BLU 구매와 모듈 조립을 진행하면 부품 공용화 등을 통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LCD사업부는 VD사업부에 공급하는 셀 비중을 높여 매출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사업부가 외부 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에도 셀 비즈니스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며 “BLU·광학필름 등 모듈 관련 부품소재 업체들에도 매출 감소 및 구조조정 등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