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공생발전에 공감" 외치지만 '떨떠름'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등 4대 그룹에 공생발전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한 가운데 이들 그룹은 "공생발전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에 ▲1억원 이상 계약 시 경쟁입찰 시행 ▲광고, SI(시스템통합), 건설, 물류 등 4대 사업 전체 계약체결 금액의 50% 이상 경쟁입찰 시행 ▲외부인사 참여 입찰선정위원회 운영 및 내부감사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가 공생발전을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지만, 공정위의 권고는 산업 현장의 실태와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일단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특별히 이야기되는 것은 없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삼성은 공정위의 권고 내용에 대해서는 공생발전의 원칙적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오는 21일 공정위 행사가 예정된 만큼 그때까지 논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만 덧붙였다.

LG그룹도 "기본적으로 공정 경쟁이라는 대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현대차 그룹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라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지분을 보유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매년 내야 할 세금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4대 그룹에 대해 부당내부거래를 하거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자제토록 자율적 선언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자 내심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시한 방안이 무엇인지 확인 중"이라고만 입장을 밝혔다.

SK그룹은 "공생발전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SK도 사회적 기업 육성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별로 공생발전 취지에 부합하는 다양한 사업을 이미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라며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이런 사업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평을 내놨다.

그러나 공식 반응과는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정부가 하라면 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명분은 좋지만 실효성이 없고, 현장 상황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물류와 건설 SI 등 해당 분야들이 기업 경영 전략상 보안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이를 무조건 공개 경쟁입찰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야 정부 정책에 맞추는 것이 숙명이기 때문에 하라면 해야지 별 수 있겠느냐"면서도 "경쟁입찰은 모르겠지만 그 중 30%를 중소기업에 의무할당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I는 보안 문제도 걸려 있고, 건설도 기업의 영업 기밀과 관련된 사안이 많은데 무조건 외주 비율을 높이라는 것은 현장의 실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리한 정책"이라며 "명분은 좋지만 이런 정책을 강제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