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처럼 순식간에 들이닥친 `하이마트 사태`를 지켜본 하이마트 주주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이마트와 유진그룹 간의 날 선 공방 끝에 극적으로 타협됐던 경영권 분쟁은 지분 매각 쪽으로 급선회했다.
오락가락하는 경영진의 결정 탓에 주가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하이마트의 일반 주주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권분쟁에서 매각결정으로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은 올해 10월 이사회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에 선임되면서 촉발됐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이 조치에 불만을 표하자 유진그룹은 11월3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선종구 회장을 해임하고 하이마트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진흙탕 싸움 끝에 열린 이사회에선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의 재무 부문 대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영업 부분 대표를 맡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그러나 하루만인 12월1일 결정이 뒤집혔다.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은 2대 주주인 선 회장, 3대 주주인 에이치아이컨소시엄과 함께 지분을 모두 팔겠다고 밝혔다.
유진기업은 31.34%, 선 회장은 17.37%, 에이치아이컨소시엄은 8.88% 등 총 57.5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1.06%, 아이에이비홀딩스 2.54%, 우리사주 지분 6.08%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69%의 지분이 매각될 수 있다.
◇분쟁 속에 주가 하락
올해 6월 증시에 상장한 하이마트는 뛰어난 실적과 가전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상장 첫날 5만3천1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되기 직전인 11월 중순에는 9만3천600원(14일 종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창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던 시점에 갑작스럽게 이런 사태가 터지자 기업 가치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경영권분쟁 탓에 9만원대로 올랐던 주가가 급락해 현재는 7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1일 종가는 7만2천200원이었으며 2일 오전 11시15분 현재 7만7천원으로 올랐으나 불안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설명회를 할 때 지배구조나 CEO교체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부각돼 기관투자자들도 뒤통수를 맞았다"고 말했다.
◇매각되더라도 불확실성은 남아
유진기업과 하이마트 선 회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하이마트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근본적으로 종식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으나 선 회장이 물러나면서 그간 잘 해왔던 현 경영진까지 모두 교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를 12년간 이끌어온 창업자로서 가전사업에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 경영진 중에는 창업 때부터 그와 의기투합해온 인사들이 상당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유진기업보다 자금력을 좋은 대기업으로 팔릴 거라는 기대 덕에 주가가 상승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인 기업가치는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화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기존 경영진은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경험이 별로 없는 곳에 매각된다면 가전시장 진출을 노리는 다른 기업들한테 기회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가치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동양증권과 솔로몬투자증권은 경영권 변동 등으로 주가예측이 어려워져 당분간 투자의견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