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유심칩` 아시나요?

 “무적칩 대여 원합니다. 1년 원하고요. 10만원 선불로 드립니다. 신분증, 각서는 필수입니다.”

 일명 ‘무적칩’ 중고시장이 뜨겁다. 무적칩은 SK텔레콤이 올해 3월 초까지 유지했던 OPMD(One Person Multi Device·데이터 셰어링) 정책에서 ‘55’ 이상 요금제 가입자가 추가로 등록한 데이터 전용 유심(USIM)칩의 애칭이다.

 당시 SKT OPMD 가입자는 월 3300원으로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 전용 유심 칩을 최대 다섯 개 까지 등록할 수 있었다. 무제한 데이터가 시작되는 55 이상 요금제를 쓸 때 이용자 한 명이 스마트폰을 포함해 최대 여섯 개 기기를 데이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서비스는 올해 3월 9일부터 SK텔레콤이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에서 ‘무제한’ 항목을 없애며 신규 가입자는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사라졌던 무적칩이 최근 개인당 모바일기기 보유 대수가 늘어나며 다시 등장했다. 데이터 셰어링이 중요해지며 3월 9일 이전에 등록한 SKT 무제한 데이터 유심칩, 즉 무적칩 몸값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기존 무적칩 등록자들이 월, 연간 단위로 칩을 대여하며 시장이 형성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11월 현재 포털 사이트 카페 등에서 거래되는 무적칩 시장가는 월 1만원, 연 12만원 수준이다. 더 큰 금액이 오가는 매매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보증금 등 일반 거래에 준하는 조건이 달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적 무적칩 거래가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약관에 ‘제3자에게 임의로 해당 서비스를 임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무적칩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지만 개별 사용자를 일일이 추적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가 확인된다면 서비스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사적 거래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문제다.

 무적칩 거래 시 대부분은 상대방 신분증 사본과 각서 등을 요구한다. 무적칩 등록자는 ‘분실’ 등을 이유로 기존 칩 등록을 취소하고 재발급을 받을 수 있어 이런 거래가 서로의 정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질 경우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유심칩 명의자에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모바일 결제 등 구매자 쪽에서 야기하는 피해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각서에는 모바일 결제 및 해외 사용 금지가 조건으로 따라붙는다. 사실 데이터전용 유심칩은 해외 접속이 원천차단되지만 거래자들은 불안감에 이 같은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유심칩 임대나 매매 자체는 현행법에서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거래 부작용에 따른 민사소송은 가능하다”며 “이 때도 통신사가 아닌 각서 내용에 따라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등 법적인 보호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