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세모(歲暮)를 조용히 장식한 뉴스 한 토막. 12월 초 사상 첫 기자협회장 직접선거가 치러졌다. 투표소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 없이 휴대폰을 이용해 투표하는 모바일 투표다.
무엇을 의미할까. 그동안 기협 선거는 대의원들이 회장을 뽑는 간접선거였다. 현장을 누벼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모든 기자가 참여해 일사불란하게 투표행위를 하기는 어렵다.
주역은 휴대폰이다. 1인 다(多)휴대폰 시대의 특성을 반영, 언제 어디서든 기자들의 의견을 직접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투표는 간단하다.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클릭하면 그만이다.
다른 뉴스에 묻히긴 했지만, 모바일 전자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직접 민주주의의 광범위한 신호탄에 다름 아니다.
투표율이 낮은 현재의 직접 민주주의의 단점과 정치 혐오를 조장해온 간접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안성맞춤이다.
대의(代議) 민주주의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형성한지 오래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희화화되거나 극단적인 기피의 대상이 된지도 오래다.
국회의원은 선거철만 되면 표를 구걸하고 선거가 끝나면 군림하려 한다는 인식도 꽤 강하다. 그래서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하려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정치행위 과정에서 독선과 아집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권력을 부여한 국민과 멀어지는 이유다.
대의 정치의 실종이다. 여(與)든, 야(野)든 대의 정치가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겨나는 것이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자괴감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기득권 진영으로 들어섰다고 인식하는 순간 본래적인 의미의 정치는 실종된다. 휴대폰의 보급은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한 차원 높은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의정치의 대폭적인 축소다. 아직은 현재의 기득권자인 의원들이 법·제도적 차원에서 소극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 정치의 수명은 길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반영할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많은 수의 국회의원을 뽑을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입법 업무의 수행 및 전문가 몫만 남을 날도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과연 2012년은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는 임진년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모바일 시대다.
대의정치의 시험대다. 장점 많은 대의정치의 의미를 실종시킨 의원들의 기득권에 대한 상당한 저항이 예상된다. IT인 안철수 신드롬이 그것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법·제도와 시스템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 버튼 하나로 투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투표소에 나가기를 권유하고 후보자 지지여부를 논하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은 활성화할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표적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팟캐스트 등 휴대폰을 활용한 직접 민주주의의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기자협회장 모바일 직접선거가 그 함의다. 대의 민주주의를 변질시키거나 실종시킨 의원과 권력자들은 조만간 휴대폰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할지 모른다. 정신 차려야 한다는 의미다.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 임진년. 흑룡의 해에는 여의주를 물고 대성할 인재들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과연 어떤 초인이 이 난세를 구하러 내려올까.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