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N스크린 서비스도 앱스토어서 잇따라 퇴짜

애플, 방송사 업데이트 요구 번번히 거부

모바일 메신저 업계가 애플 업데이트 승인 거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방송사 N스크린 서비스도 애플 측이 업데이트 승인을 번번이 거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들은 아예 앱스토어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19일 지상파 방송사에 따르면 MBC는 N스크린 서비스 `푹(pooq)`을 통해 `iMBC` 홈페이지에서 구입한 주문형 비디오(VoD)를 볼 수 있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려 했지만 애플 승인을 통과하지 못해 앱스토어 등록이 여러 차례 거부됐다.

KBS는 애플 승인 과정에서 VoD 서비스가 문제가 되자 최근 `k플레이어`에 VoD 서비스를 빼고 업데이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들 방송사 앱이 VoD 문제로 애플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애플의 디지털 콘텐츠 결제 정책이 지난해 변경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인앱(in-app) 결제 시스템을 의무화해 디지털 콘텐츠가 판매될 때마다 건당 30%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애플은 이와 함께 VoD를 이들 앱에서 독자적으로 서비스하는 것 대신 아이튠스를 통해 서비스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방송사는 이에 동영상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30% 수수료를 애플에 제공하면 실익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방송사는 이 때문에 아예 애플 앱스토어에서 철수하거나 웹 방식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지상파 관계자는 “PC에서만 VoD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애플 마켓에서는 아예 N스크린 서비스를 빼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예 HTML5 규격을 이용한 웹 방식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과금형 VoD 서비스는 웹서비스부터 하고 애플용 앱에서는 다시보기 서비스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탰다.

등록 절차가 까다롭자 아예 `앱스토어`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VoD 서비스를 하고 있는 CJ헬로비전은 `티빙에어`에서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를 개방해 일반인이 손쉽게 콘텐츠를 이용해 앱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지금까지 만들어진 앱은 10개 중 8개가 애플 운용체계(OS)는 빼고 안드로이드 OS만 지원한다.

KBS 관계자는 “애플은 개발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통보만 있을 뿐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한번 거절당하면 반복해서 거절당한다”며 “이 때문에 앱스토어 등록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고객이 콘텐츠를 앱으로 쉽고 편하게 즐길 권리보다는 자사 정책을 우선하는 애플이 개화하는 N스크린 서비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국내 전자책 업체가 애플의 바뀐 앱 결제 정책이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제소함에 따라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주에는 애플 법무담당 부사장이 이 문제로 비공개로 공정거래위를 방문하기도 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