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자책 유감

전자책이 한국에서 왜 인기가 없을까라는 질문에 `원래 책을 읽지 않아서`라고 대답하던 때가 있었다. 직장인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생조차 수험서가 아니면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우리 자화상 아니던가. 기술력이나 인프라 문제가 아니라 `문화풍토`에서 답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자책에 관심을 가질수록 생각이 변했다. 한국 사람들, 읽는 사람들은 꽤나 책을 많이 본다.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나 퇴근길 대형서점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인기 있는 책들은 수십만부가 예사로 팔린다. 결정적으로 올해 들어 값싼 전자책 단말기가 나오자 한 두 달 만에 수만대가 팔렸다. 기회만 되면 책을 읽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책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다양한 단말기가 판매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기기가 대거 출시됐다. 대형 통신사들도 앞 다퉈 전자책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들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수준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왜 미국에선 수백만대가 팔린다는 전자책 단말기가 한국에선 고작 수만대 팔리는데 그치는 걸까. 답은 콘텐츠에 있다. 얼마 전 전자책 단말기가 잘 팔린다는 기사를 썼더니 한 독자가 “단말기가 있어봤자 볼 게 없다”는 메일을 보냈다. 업계도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콘텐츠량 차이에서 찾는다. 아마존은 100만권이 넘는 전자책을 보유했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10만권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읽을 만한 최신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제 국내 출판사 가운데 전자책을 발행해본 적이 있는 업체는 전체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가 한국출판연구소에서 나왔다. `시기상조로 보인다(22%)`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독자들은 콘텐츠가 없어 전자책 단말기를 사지 않는다는데, 출판사는 단말기 보급이 안 됐으니 콘텐츠를 보급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모든 변화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전자책이 성공할지도 알 수 없고 전자책 콘텐츠 복제가 만연해 출판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고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뒤늦게 허겁지겁 따라갈 게 아니라 시장을 선점하려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