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어벤져스

지단, 피구, 호나우두, 베컴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공 좀 차본 사람은 안다. 이 이름의 의미를. 지구방위대로 불렀다. 팬들은 굳게 믿었다. 외계인이 축구를 무기로 침략한다면 이들이 지구를 구해낼 거라고. 스페인어로 은하를 뜻하는 `갈라티코`라 칭했다. 밤하늘 별을 따듯 축구 스타를 한곳에 모았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돈도 썼다. 2001년 지단의 이적료는 무려 7300만유로였다.

정작 성적은 `별` 볼 일 없었다. 2001∼2002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프리메라리가 정상을 놓쳤고 스페인 국왕컵 결승에서 패했다. 막판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 그리고 어벤져스.

이 영화, 축구에 빗대면 레알 마드리드다. `마블 코믹스(미국 대표 만화 출판사)` 출신 슈퍼 히어로가 지구방위대로 나섰다. 역시 아낌없이 돈을 썼다.

치밀한 전략과 수순으로 한국에서 흥행 `간 보기`를 했다. 결과는 대성공. 글로벌 개봉이 예선전이었다면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개봉은 결승전이었다. 첫 3일 동안 2억달러를 벌어 제작비를 뽑았다. 박스 오피스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돈을 많이 들이는데 결과는 왜 다른가.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만 화려했다.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빛 좋은 개살구였다. 어벤져스는 서두르거나 자만하지 않았다. 블랙 위도와 호크 아이를 기용해 수비도 든든히 했다.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함께 일할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인재가 늘 최적 인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똑똑한 사람을 모아놓은 조직이 집단적으론 멍청해진다는 알브레히트 법칙을 다시 생각해본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다. 어벤져스처럼….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