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오핀즈 까오지아거(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네요).”
대부분의 중국 바이어들이 한국 업체 부스를 방문해 내뱉는 첫 마디다. 한국 기계 가격이 비싸졌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생산성 및 품질 향상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면 한번 더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상하이 한국기계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국내 기계 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 라인으로 대만 업체와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에는 독일·일본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고가 시장 진입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기계의 기술력 수준이 높아진 덕분이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하는 `제7회 상하이 한국기계전`이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로 3일 개최됐다. 올해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참가 업체가 100개를 넘어섰다. 두산인프라코어·현대위아 등 104개 업체가 246부스 규모로 참가했고, 중국 발전기자재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남동발전 등 6개사가 별도 전시회를 열었다.
올해 전시회에는 국내 기업들이 유례없이 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현대위아는 고가 자동차용 기계류뿐 아니라 휴대폰 제조에 사용되는 제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 업체는 중국 자동차 업체와 거래량을 늘리고, 애플·노키아 등 휴대폰 제조업체 1차 벤더 등 신규 거래업체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S&T중공업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어가공기를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기어가공기는 제한된 기업들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계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꼽힌다. S&T중공업은 대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영역에 진입해 출혈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틈새를 공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중국 시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고가 기계 출시 외 서비스 부문을 강화해 기존 고객사가 재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자동화 공정 비중을 늘리면서 유지·보수 및 AS망 구축이 중요해진 탓이다.
신동석 두산인프라코어 상해지사장은 “중국 기계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대기업조차 혼자서 모든 부문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면서 “협력사들과 공동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협력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3년 이후 우리나라 최대 기계 수출대상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에 350억달러 기계를 수출해 전년 대비 19.5%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5월 까지 누계기준 133억달러 기계 수출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체 중국 수출 중 25.2% 비중에 달한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R&D 못지않게 중소기업 마케팅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중국 시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참가 업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한·중 FTA가 체결되면 양국간 고속도로가 연결되는데, 중소기업들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긴축재정을 이유로 전시회 예산을 삭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장 얼마의 예산을 아낄 수는 있겠지만, 전시회를 통해 해외 판로를 개척하던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이 준비 없이 진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중국 업체에게 카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며 “진흥회 차원에서 중국 진출 중소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상하이)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