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과학자 최고 영예, 노벨 물리·화학상 다시보기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 그는 1896년 세상을 떠날 때 인류를 위해 공헌한 이들을 위해 상을 만들었다. 노벨 유언에 따라 그가 기부한 유산 3100만 크로나로 노벨 재단이 설립됐다. 재단이 운용하는 기금 이자를 통해 매년 평화·문학·물리학·화학·생리의학·경제학 분야에 수상자를 선정해 800만 크로나(약 13억원)와 금메달과 상장 등을 수여한다. 아이러니하게 폭탄을 만든 노벨이 인류 복지를 위해 만든 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수상자는 각 분야에서 인류 발전과 행복을 위해 공헌했다는 최고 영예를 가지는 것은 틀림없다.

이중 물리·화학 등 과학 분야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 위원회서 선정한다. 올해 노벨의 영광을 잇는 과학자에는 프랑스의 세르주 아로슈(68), 미국의 데이비드 와인랜드(68), 로버트 레프코위츠(69), 브라이언 코빌카(57) 등 4명이 뽑혔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로슈와 와인랜드는 양자분야 최고 권위자다. 측정하기 힘든 양자를 고정해 구조와 성질을 밝히는 연구 성과를 냈다. 차세대 미래 컴퓨터로 부각되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가능성을 연 공로를 인정받았다. 컴퓨터는 0과 1로 데이터를 나타내고 저장한다. 바로 이진법 비트다. 하지만 저장량에 한계가 존재해 수퍼컴퓨터로도 해독과 분석이 힘든 영역이 있다. 기상현상·유전자·미래예측 등이 대표 사례다.

한계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양자컴퓨터다. 양자는 더 나눌 수 없는 에너지 최소단위나 그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말한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기존 이진법의 0과 1을 동시에 표시·저장할 수 있다. 저장 정보량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빨라진다. 한번 조작으로 처리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 0과 1을 동시에 처리하는 양자 중첩현상을 통해서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4대 하이라이트였던 `양자순간이동` `다공성실리콘` `힉스파티클` `빛을 슬로다운시키는 광학` 분야 중 당연 가장 주목받는 연구분야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레프코위츠와 브라이언 코빌카는 의약품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G 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 연구의 선두 주자다.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 분야는 이례적이다. `제3의 고체, 준결정 발견(2011)` `팔라듐 촉매 유기화합물 제조(2010)` `리보솜 3차원 구조 파악(2009)` 등 전통적인 화학분야보다는 생리의학에 가까운 분야기 때문이다.

두 수상자는 GPCR 기능과 구조를 밝혀내 인간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작용을 구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생체 반응을 조절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연구분야다. 3여년간 코빌카 교수의 제자로 있었던 정가영 성균관대 교수는 “2007년까지 GPCR의 기능을 밝혀낸 연구는 많았지만 구조를 알아낸 건 코빌카 교수가 최초”라며 “구조를 볼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직접 맡았다”고 말했다. 코빌카 교수는 지난해 GPCR이 활성화된 궁극적 구조를 밝혀낸 것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수십 년간 진행한 연구결과지만 1년 전 성과로 노벨상을 받는 것도 매우 짧은 시기며 이례적인 일이다.

네 명 과학자는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상한다. 수상자는 이후 6개월 이내에 수상업적에 대한 강연을 해야 한다. 노벨재단에서 강연 내용의 저작권을 보유한다. 지금까지 28개국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왔지만 우리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학계에서는 보통 과학의 `3세대 규칙`을 이야기한다. 과학이 뿌리를 내리는 1세대, 나무로 자라는 2세대를 거쳐 3세대를 맞이하면 열매를 맺는 것이다. 신성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은 “우리가 서구과학을 받아들인 것은 1960년대 정도다”며 “한국 과학의 3세대를 2020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10년 후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과학상을 받는 영예의 과학자가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