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커스]삼성SDI ESS 구축 현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기흥 사업장의 ESS 설치 전후 전력 피크부하 변화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SDI 기흥 사업장은 훈훈했다. 정부의 동계절전규제에 따라 적정온도 20도를 유지하면서 온풍기 등 난방기구 사용을 애써 줄이지 않았다. 1층 로비의 밝은 조명도 다른 사업장에서 느끼는 침침한 분위기와는 달랐다. 사업장 자체에서 저장해 놓은 대용량의 전기에너지를 전력망에서 공급되는 전기와 병행해 사용하기 때문에 그 만큼 절전 부담이 준 것이다.

[그린포커스]삼성SDI ESS 구축 현장

삼성SDI 기흥 사업장에는 국내 산업현장 최초로 대용량 ESS가 가동 중이다. 지난해 9월 기흥 사업장 내 1㎿h급의 ESS를 구축해 전기안전공사 사용전검사를 통과한 후 지난달 25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우리 생활의 전기는 가정 등 수용가에게 일방적으로 보내지고 남은 건 고스란히 소멸돼 사실상 버려졌다. 전기를 저장해 활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2차전지의 대용량화와 각종 전력제어 기술 발달로 전기를 저장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ESS는 전기사용이 적어 요금이 낮은 심야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사용이 많아 요금이 비싼 시간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세탁기를 전기요금이 비싼 낮 시간에 돌릴 수 있고 산업현장에서는 주·야간 관계없이 설비운영이나 생산 활동이 비교적 많은 시간에 요금에 구애받지 않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전력 주파수 등 안정적인 전원이 요구되는 민감한 생산설비나 정전 발생 시 긴급 보조장치인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대체용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일반 가정을 비롯해 상업시설과 산업현장에서 ESS 사용이 늘고 있다.

◇국내 관련 기술 총동원=삼성SDI 기흥 사업장의 대용량 ESS 구축은 국내 최초이면서 관련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이다. 국내 관련 기술이 대거 투입돼 시장화를 위한 검증에도 초점이 맞춰져 운영된다. 40피트짜리 컨테이너 두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ESS 설비는 삼성SDI의 대용량 리튬이온 2차전지와 효성의 대형 전력변환장치(PCS), 산일전기 변압기 등으로 구성됐다. 삼성SDI 2차전지는 일본 정부의 보급 사업이 정한 규격을 통과한 국내 유일 제품으로 셀 밸런싱 알고리즘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술이 포함됐다. 여기에 효성의 PCS와 산일전기의 변압기도 ESS용으로 처음 개발돼 안정적인 분산계통을 지원한다. 특히 PCS는 기존 전력계통에 비해 전압값 기복이 심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충·방전 제어를 돕는다.

기흥 사업장의 ESS는 최초 사업장에 들어오는 2만2900볼트 전력을 사업장 내 변전실에서 3300볼트로 강압한 후 변압기를 통해 다시 440볼트로 전환된다. 이 후 PCS를 거치면서 직류 약1000볼트 전력으로 바꿔 배터리에 저장하는 원리다. 저장 과정에서 충전량에 따라 BMS는 PCS와의 통신을 통해 현재 사용량과 전력 부하 등을 고려해 충전량과 충전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이후 저장된 1MWh의 전기는 다시 3300볼트 전력으로 변환된 사업장 내 변전소에 보내진다. 변전소는 한전으로부터 받은 일반 전기와 ESS의 전기를 병행해 사업장 내 본관동, 연구실험동 등 전역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매일 21만원씩, 연간 총 1억3000만원 절약=기흥 사업장의 ESS는 100가구(4인 기준)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최신 스마트폰(배터리 용량 3100mA) 9만900개를 동시에 저장할 수 있는 양이다. 어떤 사업장에 적용하더라도 매일 21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어 연간 8000만원 절감이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로 매월 고정비용인 기본요금을 낮추는 효과로 연간 3300만원 절약도 가능하다.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가 피크부하에 따라 기본요금이 책정된다. ESS를 활용하면 피크부하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예정된 만큼 절약 폭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찬재 삼성SDI 부장은 “지난달 25일부터 ESS를 운영한 결과 일 평균 21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했고 추가로 피크부하를 약 350kW 감소시키면 연간 3300만원의 기본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며 “2015년까지 전기요금이 3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ESS 경제성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 사업장은 ESS 안전시설 강화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리튬이온 2차전지를 채용한 국내 ESS 현장이 처음인 만큼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삼성SDI는 각각 셀 단위의 ESS 전용 안전이중장치를 별도로 설치해 운영한다. 여기에 여러 개의 셀 집합체인 18개 렉에 과전압·과전류·고온 등의 감지 장치를 채용해 배터리실 화재 등 작동유무 상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별도의 가스소화 설비를 구축해 화재 발생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청정소화액재로 진압할 수 있는 비상체계도 갖추고 있다.

관련업계는 삼성SDI 기흥 사업장의 ESS 구축을 주목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산업계가 벤치마킹 차원에서 기흥 사업장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정부와 관련 기업들에 설치 및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설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인터뷰]이찬재 삼성SDI ESS 마케팅 부장

“ESS의 활용은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전기를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찬재 삼성SDI ESS 마케팅 부장은 대용량 ESS는 주로 피크시간대 전력소비가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포함해 특히 무정전이 요구되는 산업 현장에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전력수급 차원에서 산업계의 전력사용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피크 시에도 전력을 사용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수인 산업계의 활용도가 가장 클 것”이라며 “자유로운 충·방전 기능에서 비롯된 절감차원을 넘어 산업현장에 딱 맞는 최적의 에너지 운용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절전규제(피크 대비 10% 절감) 기준 이상의 절감도 가능하지만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통한 다양한 운전모드를 설정해 사업장의 부하나 전기요금에 따른 최적화된 시스템 설계가 가능하다. 설계 시 최적의 용량 출력을 산정하고 ESS 전체 시스템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지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실내의 온도 세팅이나 공기순환 방식을 고려해 배터리의 온도 변화 정보를 수집하거나 운전효율 등 데이터를 산정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며 “향후 신재생에너지원이나 전기차 충전기 등 다른 시스템과도 연동하면 활용가치가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잠재적 활용가치에도 우리 산업계가 처한 과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국내 첫 사내 실증이다 보니 계통 연계에 대한 기준이나 인증제도 미흡으로 시설 인가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기흥 사업장 구축은 우선 해당 주무부처 협의로 설치해 운영했지만 신규 설치에 있어 관련 인증 및 인가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사도 기존 계통 수배전반 연계 과정에서 보호계전기 설계 및 상호 운용성 작업 미숙으로 상용 운전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이를 위한 전문가 육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