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데…일본 경유 수입 11배 늘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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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감면과 엔저 영향으로 단가가 비싼 일본산 경유 수입이 11배나 늘었다.

30일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4월 일본산 경유 수입량은 109만4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달 9만8000배럴에 비해 11배가량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경유 수입량은 377만배럴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배 늘었다.

국내에서 생산한 경유 절반을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보다 비싼 일본 경유 수입이 대폭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4월 국내 정유사의 경유 수출 단가는 배럴당 116달러로 일본 경유 수입 단가 128달러보다 12달러 싸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유 품질 기준이 까다로워 스펙을 맞추는 비용 때문에 수입가가 수출가보다 조금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출입 단가 차이가 배럴당 두자릿수가 넘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4월 국내 경유 소비량은 1189만 배럴이고 수출량은 1190만배럴, 수입량은 114만배럴이다. 소비량만큼 수출하는, 경유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비싼 일본산 제품을 들여오고 있는 셈이다.

중국산 경유 수입도 8년 만에 재개됐다. 지난 2월 20만2000배럴을 시작으로 4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물량은 총 50만4000배럴이다. 이 기간 국내 정유사의 평균 수출단가는 124달러인데 중국산 수입 단가는 137달러로 무려 13달러나 비쌌다.

정유 업계는 시장논리로는 있을 수 없는 이 같은 왜곡이 벌어진 이유가 정부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수입제품 세금감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들어 20% 넘는 엔화의 가치 급락도 일본 경유 가격 경쟁력 향상 효과를 유발해 수입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제품 수입사에 석유수입부과금 환급(ℓ당 16원), 할당관세(3%, ℓ당 약 14~27원), 바이오디젤 2% 혼합의무(ℓ당 10원)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수입 석유 제품에 관세 혜택을 준 것은 정유 4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해 석유 제품값을 내리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싱가폴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가격이 책정되는 정책상 수입 증가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출입 단가 차이가 몇 달러 정도는 있을 수 있어도 두자릿수가 넘어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수입사가 비싸게 수입해도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시장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 천배럴, 천 달러)
[자료:페트로넷]

너무 비싼데…일본 경유 수입 11배 늘어, 왜?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