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중 최대 산업이다. 세계 시장에서 6위에 올라 있다. 국내 제조업 총생산의 25%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도 화학관련 제품들이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주도했다.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14% 이상이 화학산업에 종사한다.
![[ET단상]IT·화학 융합에 거는 기대](https://img.etnews.com/photonews/1307/447681_20130702174010_317_0002.jpg)
화학산업은 타 산업에 대한 생산 파급효과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소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첨단 화학원료와 제품들이 타 산업의 제품생산에 활용돼 부가가치를 높여준다.
최근 세계경제 우등생으로 떠오른 독일은 화학을 기반으로 IT,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런 독일의 세계적 화학기업인 바스프가 한국 진출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한국으로 전자소재 부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옮기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매출 110조원으로 세계 화학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회사가 한국에 오는 이유는 뭘까?
전 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파급력과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전자업계를 주요 고객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나날이 스마트해지는 휴대폰과 TV, PC의 실질적인 국제경쟁력은 화학기술로 만드는 전자소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난 수년 동안 세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디스플레이 중 전반 가까이가 국내 회사가 만든 제품이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제품 원가에서 소재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문제는 액정, 편광판 같은 핵심소재를 소재강국인 독일과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액정은 국내업체 시장진입이 전무하다. 독일 머크(Merck)와 일본 치소(Chisso) 두 업체가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편광판의 핵심소재인 편광(TAC) 필름도 일본 후지필름(Fuji Film)과 코니카 미놀타(Konica Minolta)가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모바일 전자제품에 필수적인 이차전지도 마찬가지다.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재료비가 원가의 70%를 차지할 만큼 재료의존도가 높다.
이런 이차전지 시장을 우월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차전지 소재의 실질적인 국산화율은 20% 수준으로 생산과 수출이 늘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디스플레이 기술을 주도할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같은 미래소재 원천기술 개발이 절실하다.
국가 디스플레이 R&BD 센터(가칭)를 만들어 발 빠른 국산화를 통해 전후방 연계체계를 구축해 일본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이차전지에 있어서도 국내 전자제품 회사와 소재기업의 협력연구 프로그램을 구축해 최신기술과 시장동향을 철저히 공유해 나간다면 승산이 있다.
무엇보다 IT·화학 분야 관계자들이 각 부문의 국가정책 및 정보 허브에 상호 교차 참여하는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
앞으로 산학연이 힘을 모아 IT-화학 융합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중장기 계획의 슬로건으로 제시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화학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kjaehyun@kric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