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절전에 곡소리 나는 공공기관

정부가 시행하는 `하계 에너지사용제한 조치`에 부작용이 따르고 있다. 공공기관 업무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규제로 업무 차질 등 문제를 야기하면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8일 `여름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사용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계약전력 100㎾ 이상인 전기다소비 건물 6만8000여개소와 2000석유환산톤(TOE) 이상 에너지를 사용하는 에너지다소비건물은 오후 피크시간대 전기사용량을 전년 동월보다 20% 줄여야 한다. 냉방온도는 28도를 넘지 못한다.

전력난 극복을 위해 에너지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일부 사업장, 기관은 과도한 규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부 눈치를 살피며 수년째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있는 일부 공공기관의 부담이 큰 모습이다. 이행 평가 성적이 향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될 여지가 있어 사실상 무조건적 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비 가동이 잦아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시험기관 등 일부 공공기관은 고객 의뢰가 몰리면 이를 다른 기관으로 돌리는 방안까지 강구할 정도다. 전력사용량이 적은 냉방설비를 갖추고도 눈치가 보여 가동을 못하는 일도 다반사다.

정부가 여름철 냉방 전력을 감소시키고자 도입을 장려하고 있는 가스·지역냉방을 도입한 공공기관이 상당수 있지만 이들 기관은 실내 온도 규제, 에너지사용량제한조치를 시행하는 동안 설비 가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전력피크 저감을 위해 설치한 냉방설비인데도 실내온도 규제와 에너지사용제한 때문에 냉방설비 가동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가스·지역냉방 설비를 도입한 건물에는 차별화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학계 관계자는 “업무용 장비 사용이 많은 특수 목적 공공기관에 똑같이 전년 대비 총량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관 목적, 특성에 따른 세부적 에너지절감방안을 만들고 전력 수요가 몰리는 2시부터 5시 사이 에너지 사용량을 분산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공공기관 역시 더위와의 싸움으로 업무공백이 크다. 외부 온도는 31도지만 실내는 32도를 웃돌면서 직원의 부채질은 업무 효율을 낮추고 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더위로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창문도 열 수 없어 직원들이 자주 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