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국내 점유율 세계 최저 수준…새 아이폰은 통할까

한국 내 세계 최저 아이폰 점유율…5S·5C로 회복할까?

`새 아이폰이 또 한국에서 미풍에 그칠 것인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양강 체제를 구축한 애플이 유독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아이폰 사용자는 5%대에 불과하고, 판매 기준 시장 점유율은 3%대까지 떨어졌다. 아이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관심이 낮아지면서 애플이 10일(현지시각) 1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아이폰도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 국내 점유율 세계 최저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이폰 사용자는 약 29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이동통신가입자 대비 5.4%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만 해도 아이폰 사용자는 600만명에 육박하며 통신시장 점유율도 10%를 훌쩍 넘었다. 1년 만에 가입자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계속 하락세다. 아이폰 도입 초기 점유율은 10%를 훨씬 넘었다. 하지만 최근엔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한다. 아이폰5가 출시된 지난해 4분기 8.5%에서 지난 1분기 6.2%로 낮아졌고, 2분기에는 3.6%까지 하락했다.

애플은 국내 시장에서 유독 고전한다. 아이폰은 2분기 북미에서 점유율 32.3%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도 20~3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시장 점유율도 4.3%로 국내보다 높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선진 시장 중 유독 한국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애플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부진 요인은 `복합적`

아이폰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고전하는 이유는 높은 스펙과 대화면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 이동통신사 중심의 폐쇄적 단말기 시장, 안드로이드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화면 크기는 4.5~5.5인치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가입자의 스마트폰 단말기 사용 성향을 분석해보니, 화면 크기가 4.5인치보다 작거나 5.5인치보다 큰 기기 사용자 비중이 상당히 낮았다”고 말했다.

아이폰 화면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크기보다 작다. 국내 처음 도입된 아이폰3G와 아이폰4·4S의 화면 크기는 3.5인치, 아이폰5는 4인치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비해 느린 망 업그레이드도 국내 소비자가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다. 롱텀에벌루션(LTE)을 지원하는 아이폰5는 삼성전자보다 1년 이상 늦게 국내에 도입됐다. 최근 급부상하는 LTE어드밴스트(LTE-A)도 한참 뒤질 전망이다. 애플이 다음 주에 공개하는 아이폰5S·5C도 LTE-A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 앱스토어의 까다로운 검수 시스템도 걸림돌이다. 검수기간이 길어 게임 등에서 안드로이드 버전보다 업데이트가 뒤지는 것도 문제다.

◇아이폰5S·5C도 국내 영향은 제한적

새 아이폰이 나와도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약점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도 우리나라를 주요 시장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 아이폰5S 1차 출시국에도 우리나라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한 고위관계자는 “기존 아이폰 사용자나 마니아층은 새 아이폰을 구매할 것”이라면서도 “국내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새 아이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 부사장도 “국내는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생태계가 구축됐다”며 “스마트폰 사용자가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려면 안드로이드에서 누리던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장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건호·황태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