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에 정부, 대응태세 강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움직임에 한국 정부가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 기관간 공조는 물론 국내 부처 간 공동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입국 직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G20 정상회의` 성과를 밝혔다.

현 부총리는 “미국은 세계 경제의 정상화 차원에서 출구 전략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고, 이에 주요 선진국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출구 전략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중앙은행간 명확히 소통할 것을 약속했다”며 “선진국 통화 정책을 포함해 각국이 세계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에 기여하도록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관리하자는 데 새롭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G20 정상회의가 미국 등 선진국 출구 전략에 정책 공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도 조만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양적완화 축소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 태세를 강화키로 했다. 미 연준은 현재 850억달러 규모로 진행해온 국채 매입 액을 줄여 시중의 통화량을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미 양적완화 축소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시장 모니터링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보다 정교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FOMC가 추석 연휴에 열리는 만큼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기재부는 시장점검 회의를 열어 FOMC 결과와 그에 따른 국내외 시장 여파 등을 점검키로 했다.

양적 완화 여파가 실물 경제로 옮겨 붙을 경우 외국인채권 투자 비과세 폐지 등 거시 건전 강화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한은은 최악의 경우 경쟁 입찰 방식의 외환 스와프 등 리먼 사태 때 가동했던 외화 유동성 공급 방안을 재손질하고 외환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은행의 수출환어음을 매입하거나 은행권의 무역금융 축소 위험을 차단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도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기업 대출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들이 단기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유동성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도 나선다. 당국은 당분간 가계 부채의 질(質)에 대한 정밀 점검과 더불어 저소득, 저신용층, 노령층 등 제도권에서 벗어난 계층의 가계 대출을 특별 관리키로 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