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가전제품 에너지 효율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점유율이 하락세인 국내 대기업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에어컨·세탁기·TV·온수기·환풍기 등 5개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표준을 상향 조정한다. 에어컨·세탁기·TV는 기존에도 표준을 적용 받았지만 이번에 기준이 상향됐고 온수기와 환풍기는 처음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에어컨과 세탁기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기존 에어컨의 30%, 세탁기의 50% 이상이 새로운 기준에서는 최고등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드럼세탁기는 기존 1급을 받던 제품이 5급으로 하락한다. 기존 2~5급 에너지효율의 제품은 현재로서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에너지 효율 2~4급 세탁기가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시장 상황에 따라 1~3급을 주로 받아왔다.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은 바뀐 기준이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대외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자칫 자국 산업 보호로 이어지는 것에 우려도 나타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의 골자는 에너지 효율 1급 제품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와 관계가 좋은 현지 업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제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제품 가격이 비싼 우리가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컨은 새로운 에너지 효율 표준 적용 시 `한 등급`을 상향하기 위해서는 제품 가격이 400위안(약 7만1000원) 정도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운 에너지 효율 기준 실시를 앞두고 거리·메이디·하이얼 등 중국 가전업계가 `재고 밀어내기` 판촉행사에 나섰다. 기존 등급 제품은 연말까지만 판매할 수 있다. 판촉행사 여파로 세탁기·에어컨 가격이 최근 하락세다. 다음 달 초 중국 궈칭제(중국 건국기념일) 연휴기간 중 가전제품 할인판매가 정점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궈칭제 연휴는 중국에서 소비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시기다.
장상해 KOTRA 중국사업단 차장은 “이번 조치가 `외국기업에만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 정부가 기본적으로 자국 산업을 챙기고 있어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여지는 있다”며 “중국 정부가 에너지 효율을 계속 강조하는 만큼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나·김준배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