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CT연구개발 전략 조금 더 유연하게 가야

미래창조과학부가 5년간의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전략 초안을 공개했다. 어제 공청회를 거쳐 이달 말 확정한다. 기본 골격은 웨이브(WAVE)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 국가 R&D 환경 개선, 산업성과 촉진을 위한 지속 지원, 삶의 질 개선을 압축한 신조어다. 이를 위해 선도·개방형 기술을 개발하고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운다. R&D 기획은 물론이고 평가도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협력 네트워크도 활성화한다.

우리나라 ICT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GDP의 12.3%, 수출의 28.3%를 책임진다. 화려한 외형과 달리 내실은 빈곤하다. 혁신 역량은 한계에 부닥쳤고, 원천 기술은 여전히 달린다. R&D는 시장 현실과 따로 논다. CDMA 상용화와 같은 획기적인 전환점도 10년 넘게 마련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나온 R&D 중장기 전략은 침체한 ICT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질적 도약을 이루는 기폭제가 돼야 한다.

전반적인 그림은 잘 짰다. 그간의 R&D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국민 삶과 산업계 수요 중심으로 과제를 기획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그런데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

요즘 기업들은 기술 개발 전략도 수시로 바꾼다. 기술 환경 변화가 너무 빠른 나머지 애초 기획한 대로 가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 기간이 조금 더 긴 국가 R&D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유망한 미래 기술과 서비스로 보여도 몇 년 뒤 개발해놓고 보면 현실과 맞지 않거나 새 기술과 서비스로 대체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려면 유연한 기획과 조정이 가능한 R&D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시기를 딱 못 박은 프로젝트 관행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국가 R&D까지도 단기간에 성과를 봐야 한다는 사고가 팽배하다. 미래부 전략도 2017년까지로 돼 있다. 프로젝트 모두 이 기간 안에 성과를 내려 한다면 졸속 또는 왜곡이 될 수 있다. 거꾸로 기간 내 성과가 나올 프로젝트라면 정말 필요한 원천 기반기술인지 의심을 살 수 있다.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더라도 우선순위와 시급성을 고려해 전략과 평가를 달리 가져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