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역시 빛났다. 삼성라이온즈가 이긴 경기에는 항상 끝판왕 오승환이 등장해 묵직한 공을 던진다. 알면서도 못 친다는 오승환의 투구 앞에서 두산 베어스 타자들은 번번이 무너졌다.
공은 앞으로 던져도 중력 때문에 아치형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게 상식이다. 직구도 궤적이 휘게 마련이다. 그런데 타석에 서서 오승환의 공을 보면 공이 떠오르면서 몸으로 빨려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도 오승환이 던진 공은 거의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비밀은 알려진대로 `포심 패스트볼`이 갖는 백스핀의 힘이다. 손과 야구공의 실밥을 4개 잡고 던진다고 해서 포심(Four Seam)이라고 불린다. 오승환이 던진 공은 최고 57회를 넘나들면서 회전하면서 중력을 이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이 던지는 공 역시 초당 45회 이상 회전한다고 한다.
공의 진행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회전을 걸어주는 백스핀은 중력의 영향을 상쇄 시켜 공이 덜 가라앉고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도록 한다. 그냥 던진 공에 비해 백스핀이 많이 걸린 공은 20㎝까지 높은 궤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공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 착시도 이 때문에 생긴다.
백스핀 수를 높이려면 던질 때 네 손가락에 걸린 실밥에 강한 힘을 가해야 한다. 오승환 역시 독특한 직구 그립을 가지고 있는데, 엄지가 아래 실밥 안 쪽을 단단하게 받치고, 검지와 중지가 위 실밥 바깥부분을 강하게 누른다. 손바닥과 공 사이가 떠 있어 힘을 주는 부분 외에는 마찰이 없다. 악력이 좋아 공을 놓는 순간 상당한 힘을 가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야구에서만 백스핀이 쓰이는 건 아니다. 공을 이용하는 스포츠라면 대부분 백스핀을 이용한다. 그린 가까이 정확한 위치에 공을 보내야 할수록 헤드와 샤프트(채 부분) 사이 각도가 높아지고 헤드는 땅과 가까워진다. 각도가 높아지면 공 아래 쪽을 강하게 칠 수 있고 백스핀도 그만큼 많아진다. 역회전이 걸리는 만큼 비거리는 짧아진다.
탁구 선수들도 상대편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종종 백스핀을 사용한다. 공의 아래쪽을 깎아 치듯 스치면 백스핀이 걸리면서 공의 속도가 느려진다. 타이밍을 빼앗긴데다 탁구대 위에 맞은 뒤에 앞으로 튀지 않아 상대 선수를 탁구대 앞으로 바짝 붙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한국 국가대표인 김경아 선수는 백스핀을 잘 구사하는 선수로 이름 나 있다. 빠른 볼을 깎아 쳐 게임 속도를 늦춰 답답하다는 인상도 주지만 그 백스핀 덕분에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농구 자유투 장면, 남자 선수들은 보통 한 손으로 공을 받치고 다른 한 손은 공을 미끄러뜨리 듯 쓸어내리면서 공을 던진다. 백스핀이 걸린 공은 정확성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라고 볼 수 있다.
백스핀이 있다면 톱스핀도 있다. 스페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강력한 톱스핀을 구사한다. 공을 위쪽으로 밀어올리듯이 강타하면 공의 앞 방향으로 스핀이 걸린다. 중력에 회전력을 더 하기 때문에 공이 공중으로 날아가다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나아가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이 생겨 속도도 빨라진다. 반면 지면에 닿으면 공이 튀는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 나달이 친 톱스핀 공은 평균 초당 50회 회전하면서 빠르게 땅에 꽂힌 뒤 예상하기 힘든 방향으로 튀면서 상대 선수를 괴롭힌다. 톱스핀의 강자 나달은 올해 메이저 대회 통산 우승 횟수를 13번으로 늘렸다.
올해 우승으로 삼성라이온즈는 지난 2005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기를 다섯 번 거머쥐었다. 오승환이 프로에 데뷔한 2005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 마운드 위에는 항상 그가 서 있었다. 야구는 대표적인 멘털(정신적) 스포츠라고 한다. 가장 긴장되는 마지막 순간, 자기만의 필살기가 없었다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백스핀의 원리만 잘 응용하면 어떤 타자를 상대하든 직구 하나만으로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공을 꽂아넣을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