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원 `국가표준원`으로 개칭 추진…`1국가 1표준` 논쟁 재점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기관 기술표준원이 `국가표준원`으로 기관명 변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표준 관리 체계가 산업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뉘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종국엔 `1국가 1표준` 논쟁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부 기술표준원은 최근 내년 직제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기관명을 국가표준원으로 바꾼다는 방침을 정하고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표원은 과거와 달리 표준 범위가 산업을 넘어 안전·보안·금융·문화 전 사회 분야로 확산되는 등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수단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관명 변경에 나섰다. 이번 주에 전체 부처 직제 개편안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금주 초중반에 변경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부처 협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표준 제정 업무가 기표원과 미래부로 이원화돼 있어 산업부 산하에 국가표준원이 생기면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미래부는 기표원 명칭 변경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국가표준원 명칭을 둘러싼 대립의 기저에는 지난 십수년간 반복돼온 `1국가 1표준`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은 기표원 산업표준(KS)과 미래부 방송통신표준(KCS)으로 나뉘어 운용된다. 국제표준화기구 대응도 ISO와 IEC는 기표원, ITU는 미래부가 각각 맡고 있다.

기표원은 옛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 시절부터 국가표준을 하나로 통합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지난 7월엔 `국가표준체계 단일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한국행정연구원을 통해 연구사업을 수행 중이다.

미래부는 옛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때부터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선도적인 발전을 위해 KCS 독립 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견지했다. 결국 수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현 체제가 미봉책으로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표준 관련 법률이 근본적으로 개정되지 않는 한 국가표준 거버넌스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제에 법률상 국가표준 관리체계를 명확히 해 논쟁이 반복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표준기본법과 산업표준화법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이 국가표준을 총괄 관리하고, 산업표준화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과 ICT특별법에는 미래부 장관이 방송통신과 신규 정보통신융합 등에 관한 표준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KS와 관련될 때는 산업부 장관과 협의하거나 KS에 따른다는 단서가 달려 있지만 강제성을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1국가 1표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일 심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처럼 두 부처가 표준 제안·개발업무를 수행하되 최종심의 및 조정은 공동 또는 상급 기구로 단일화해 중복 표준으로 인한 비효율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표준정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제도 통합이든, 현 체제 유지이든 법률상 모호한 부분을 정리해 부처 간 업무 충돌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