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비트코인 논쟁하는 나라 vs. 댓글·게임중독 논쟁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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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수 칼럼]비트코인 논쟁하는 나라 vs. 댓글·게임중독 논쟁하는 나라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청문회장이다. 국토안보정무위원회 위원들이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수사관들의 진술에 귀를 기울였다. 발언 내용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위험성이 있지만 `합법적 환전 수단`으로 쓸 만하다.

이에 앞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청문회에 편지를 보냈다. 그는 “더 빠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지불시스템을 촉진할 혁신”이라며 “정부가 감독하거나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청문회 주인공은 `비트코인`(Bitcoin)이다. 2009년 등장한 지 3년 만에 화폐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뒤엎은 디지털 가상화폐다.

화폐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실물도, 발행 및 통제 기관과 정부도 없다. 니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이가 이러한 `국적 없는 화폐`를 처음 고안했다. 수학과 컴퓨터에 뛰어나며, 영어도 익숙한 일본인 교수로 추정되나 확인되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여러 사람이 함께 컴퓨터로 몇 개월 풀어도 쉽지 않은 수학 암호를 해결하면 발행된다. 금을 캐는 것처럼 힘들다는 뜻으로, 또 금본위제를 빗대 `채굴`로 표현한다. 많은 사람이 문제를 풀면 다음 채굴이 더 힘들어진다. 대부분 채굴보다 환전으로 비트코인을 구해 쓰니 디지털거래 때 실제 화폐처럼 쓰인다. 국가부도로 화폐 경제가 무너진 나라엔 실제 화폐를 대신한다. 키프로스의 니코시아 대학은 비트코인으로도 등록금을 받기로 했다.

비트코인의 장점은 뭐니 해도 간편한 데다 거의 공짜인 송금이다. 금융사를 거치지 않아 번거로운 절차도, 막대한 수수료도 없다. 급속도로 세계를 휩쓴 이유다. 각국마다 그 실체를 인정했다. 민간 비트코인 거래소는 물론이고 현금자동화기기(ATM)도 생겼다. 독일처럼 개인 간 거래 시 공식 통화로 인정한 나라도 있다. 기존 화폐뿐만 아니라 기축통화인 달러의 대안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만, 실제 화폐와 똑같은 익명성 때문에 돈세탁이나 조직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 해킹 위험도 확인됐다. 미 상원 청문회는 그 판단 때문에 열렸다. 결론이 양성화 쪽으로 기운 것은 비트코인 주도권을 기축통화 경쟁국 중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작용했다. 다른 나라 정부는 더 일찍 비트코인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외국 정치인이 비트코인 논쟁을 벌일 때 우리 정치인은 대선 댓글로 입씨름을 한다. 1년 내내 진전 없이 격렬함은 더해간다. 제발 대안 좀 찾으라는 국민 요구를 듣지 않는다.

외국 정치인이 전문 수사관에게 견해를 물을 때 우리 정치인은 게임 중독에 대한 주무 부처 관료 의견을 묵살한다. 상관없는 부처 말엔 귀를 기울인다. 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과 중독산업으로 묶는 근거를 대달라는 산업계 요구를 듣지 않는다.

정부기관의 댓글 정치 개입 사태가 중대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일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부작용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사안을 접근하는 우리 정치인 수준이 유권자 눈높이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러니 나올 결론도, 대안도 유권자는커녕 청소년 판단보다 못하다.

비트코인이 잠깐의 유행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우리도 곧 마주칠 현안이다. 그런데 `게임`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비트코인`을 어떻게 논할 수 있을까. 아마도 `페이팔`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 비트코인이 결국 `도토리` 아니냐는 무식한 질문이라도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정치인이 비트코인을 논하는 나라와 게임 중독을 논하는 나라의 수준 차이는 크다. 그 격차는 지금보다 훗날 더 크게 벌어진다. 불행하게도 두 나라의 정치인 파워는 정반대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