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센서·전력반도체도 따라오는 중국, 한국 시스템반도체 `샌드위치` 전락

우리나라의 주력 시스템반도체인 멀티미디어, 카메라 센서 시장에서 최근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차세대 품목으로 육성 중인 전력반도체 시장에도 중국 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우리 기업이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사양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오히려 미국·일본·유럽의 벽을 넘지 못해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모바일용 300만화소 카메라모듈용 CIS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대폭 하락하는 추세다. 300만화소 CIS는 삼성전자가 연초까지 점유율 약 80%를 기록하며 장악했던 시장이다. 미국 옴니비전, 중국 슈퍼픽스 등이 이 자리를 채웠다. 올해 중국 CIS 시장에서 약 63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실리콘화일 관계자는 “가격을 중시하는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에 맞춰 여러 기능을 빼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ISP)를 분리한 500만화소 CIS 역시 슈퍼픽스의 가격 공세가 거세다. 200만화소 시장에서는 중국 비야디, 슈퍼픽스가 저가격 제품을 계속 내놓으며 압박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1300만·1600만화소 고사양 CIS는 소니가 장악했다.

중국 내 카메라모듈 업체 관계자는 “중국 카메라 모듈,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사양 제품은 아예 품질 기준을 높여 소니 제품을 우선 채택하는 추세”라며 “AP내 ISP와 연동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소니 제품을 쓰는 게 편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저사양 제품은 각종 기능 보다는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초까지 퀄컴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모바일 AP 시장에서도 한국 업체가 밀리고 있다. 중국 내 저가 AP 업체인 락칩, 올위너와 대만 미디어텍, 스프레드트럼이 중저가 시장을 석권했고 고사양 모델은 퀄컴이나 화웨이·ZTE 등의 자회사가 개발한 칩을 사용한다. 비교적 큰 업체 중에서는 메이주가 유일하게 삼성전자 AP를 주력으로 채택하고 있다. 레노버 비주력 일부 모델에 공급하는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지난 10월 내놓은 보고서도 지난 3분기 삼성전자 AP 시장 점유율을 5.3%로 예측했다.

가전·산업·자동차 등 전원 모듈에 쓰이는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국내 중소기업 트리노가 최근에야 이 시장에 진출했지만 매출액은 미미하다. 독일 인피니언, 미국 페어차일드도 중국 비야디 등의 가격 공세에 밀려 제품 가격을 절반으로 깎아 수익을 내기 더 힘든 구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보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늘리고 현지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고 우려의 단면을 내비쳤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