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미디어생태계 활성화]에버노트, `선행 디자인`이 앱 경쟁력이다

“디자인이 내가 어디있고 무엇을 하는지에 맞춰져 있는, 이른바 `선행(先行)하는 디자인(Anticipatory Design)`입니다.”

우리나라에만 200만명, 전 세계 75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메모 애플리케이션 `에버노트`의 트로이 말론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Beyond the App`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에버노트의 경쟁력이자 비전을 `선행 디자인`으로 요약했다. 선행 디자인이란 “예컨대 미팅 시에는 미팅용 메모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도록” 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사용자 필요를 이미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말론 사장은 “손으로 들고 다니는 기기라고 해서 단순히 컴퓨터용 프로그램 화면을 축소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며 “각 플랫폼마다 앱의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버노트는 이를 위해 메모 앱이라는 같은 상품도 플랫폼에 따라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에버노트는 19개의 각기 다른 상품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상품 종류도 19개다.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PC, 테슬라 전기자동차용 에버노트, 스마트 냉장고용 에버노트가 다 다르다.

스마트 TV용 앱 역시 달라야 한다. 말론 사장은 “TV는 매우 어렵지만 재미있는 플랫폼”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앱이든 스마트 TV가 TV로서 역할을 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버노트는 LG전자가 생산한 구글TV용 앱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새로운 플랫폼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상품을 뚝딱 하고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에버노트는 그 해결책을 파트너십에서 찾았다.

“우리는 파트너십을 사랑합니다. 유사한 회사를 볼 때도 경쟁 대신 파트너십의 방안을 고민합니다.”

`포스트잇 노트`는 포스트잇 제조사 3M 에버노트가 파트너십으로 성공시킨 대표적 서비스 중 하나다. 3M이 제조사하는 정사각형 모양 포스트잇의 색깔에 따라 에버노트의 노트북 경로를 지정해 놓은 후, 포스트잇에 메모를 하고 에버노트 사진기능으로 촬영하면 해당 노트북으로 스크랩을 해 준다. 하드웨어 제조사 후지쯔와 제휴한 `에버노트 스캐너`도 비슷한 사례다. 이 스캐너에 명함이나 영수증 등을 스캔하면 에버노트에 자동 기념된다.

말론 사장은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나 구글 `구글 글라스` 등 새로운 기기 플랫폼에 대해서도 강한 기대감을 밝혔다. “갤럭시 기어나 구글 글라스 모두 아직 주위에서 사용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최신 제품이고, 앞으로 얼마나 확산될지도 미지수”리면서도 “하지만 분명히 스마트 기기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소매를 걷어 본인이 찬 갤럭시 기어를 뽐내기도 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