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장비산업 키운다더니"...내년 네트워크 원천기술 신규 예산 `반토막`

내년 네트워크 원천기술 확보 신규 과제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이 올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정부가 이른바 `화웨이 장비 진출 논란` 이후 통신장비 산업 육성 정책을 대대적으로 천명했지만 예산이 없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정부는 `방송통신 인프라 원천기술 개발사업` `차세대 네트워크 원천기술 개발사업` 등 2014년 네트워크 원천기술 연구개발(R&D) 신규 과제에 약 70억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2013년 해당 사업 신규 과제에 140억원이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규 과제 규모가 줄어든 것은 기획재정부가 정한 예산 지출한도(실링)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의 실링은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합쳐 연간 350억원 규모다.

미래부 관계자는 “예산 시스템상 종료 과제 예산을 신규 과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올해 종료과제가 적어 신규 과제 예산할당이 줄었다”며 “특별한 이슈가 없는 이상 제한된 한도를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규 과제 예산이 반토막 나면서 원천기술 R&D 열기는 급속히 식을 것으로 우려됐다. 신규 과제예산이 줄어든 사업은 네트워크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으로 주로 유선 쪽에 무게중심이 쏠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ICT 예산이 소프트웨어, 기가코리아, 5G 등에 쏠리다 보니 안 그래도 투자 규모가 작은 코어(핵심) 기술개발에는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ICT 발전방향이 내실 있게 추진되는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올해 △ICT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전략 발표 △네트워크 산업 상생발전 협의회 결성 등을 통해 국내 ICT장비 산업 육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직접 나서 ICT장비 발전방향을 지시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지만 정작 원천기술 사업 예산이 삭감되면서 이 같은 정책이 외려 실망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 정부에서 국가 R&D에 참여한 한 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코어 장비 경쟁력이 없어 생태계 구조가 굉장히 취약한 고질적인 병폐를 반복한다”며 “실링 한도가 부족하다면 이것을 늘리는 시도부터 해서 첫 단추를 다시 끼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